감염병 지휘체계 혼선 줄이고, 3국 경유 입국자 검역 강화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국가방역체계가 더욱 견고하고 촘촘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로는 감염병 사태 수습 지휘 체계 혼선과 제3국 경유 입국자에 대한 검역 부실 등 방역 사각지대 노출, 질병관리본부의 전문성 결여 및 독립적 권한(인사권·예산권) 부재, 역학조사관 부족, 일선 병의원에 국가 비축분 마스크·세정제 미지급, 감염병 의심환자의 습관적 병원 방문 등 잘못된 의료 전달 체계 등을 꼽았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구체적 의견이다. 

컨트롤타워 일원화 할 필요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현재 코로나19 사태 수습 지휘 체계는 뒤섞여 있다.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오는 지침을 각 시·도 보건소들이 잘 따라야 한다. 지휘 체계 일원화를 위해선 보건복지부가 질본 인사권을 가질 게 아니라 질본 독자적으로 사람을 뽑아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질본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의사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의사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이 수반돼야 한다. 검역 인력 정비도 시급하다. 비상시 인력을 추가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평상시 근무하는 인력수와 비상시 일하는 인력 수가 같다는 게 문제다. 비상시 검역 인력을 어디서 데려와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

코로나19의 경우 중국에서 들어온 감염병이기 때문에 중국이 안정되지 않는 한 감염은 계속될 것이다. 현재 중국 의료 시스템은 붕괴된 상태다. 기존 일반 환자에 감염병 환자까지 있으니 병원 자체가 정상화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되는 것은 간단한 문제로 볼 수 없다. 앞으로도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질본은 365일 다른 국가에서 발생하는 감염병들을 감시하고 있다. 늘 관심을 갖고 경계를 해야 한다.

 


 

초기 검역 확대 방역 사각지대 없애야 

▲ 이광래 인천시의사회 회장

▲이광래 인천시의사회 회장

정부는 과거 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 선별진료소와 음압병동 구축 등 방역 인프라를 갖췄고, 국민들도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가 검역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우한발 입국자만 검역 관리 대상에 포함한 것은 한계가 있는 정책이었다.

제3국 입국 등 여러 감염병 유입 경로를 감안해 검역 대상을 중국 외 동남아와 일본 등으로 확대해 방역 사각지대를 없앴어야 했다. 아울러 메르스 사태를 겪어 보고도 각 병의원에 국가 비축분의 마스크와 세정제, 의료용 방호복 등이 지급되지 않았다. 감염 의심 증상이 발생한 병원 내원객을 대상으로 검체를 채취하려면 지침상 방호복을 입어야 하는데 품귀 현상으로 방역 물품을 구할 수 없어 의료진이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중국 내 바이러스 확산이 주춤하다고 우리나라에서 중단한 중국 항공편을 다시 운영한다면 또다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결국 중국에서 모든 사태가 끝나야 국내 상황도 종식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어느 지역에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면 우리나라에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게 현실이다. 과거 메르스와 코로나19 사태 등을 볼 때 머지않은 미래에 또 다른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전문가로 조직 운영해야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국가방역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기관은 질병관리본부라고 생각한다. 질본이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 질본의 규모는 중국의 한 도시 (방역 전문기관) 수준이다. 감염병 전문가들로 이뤄진 조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검역 인력이 적고 예산 규모가 작다.

전문가 조직이 아니라 행정 조직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이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특히 질본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어 인사권과 예산권이 없다. 질본 내 절반 가까이가 계약직 공무원이란 것도 문제다. 사람을 오래 근무할 수 없게 하는 구조다. 역학조사관도 급여를 많이 준다고 해도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니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먼저 해결돼야 일정 수준의 전문가들이 오래 남아서 역량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인구 규모나 경제적 수준, 방역 체계 수준에 따라서 예산을 많이 올려 주고 사람도 많이 줘야 한다. 바이러스는 '전파 경로'가 매우 중요하다.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은 차단이 어렵지 않지만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은 차단하는 게 매우 어렵다. 결국 호흡기 바이러스 중에 새로운 바이러스나 변이된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문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공중보건의 출신 역학조사관 양성을

▲ 임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장
▲ 임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장

▲임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장

방역은 정확한 정보와 소통, 신뢰가 중요한데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이런 것들을 잘 지키며 지침에 따랐다고 본다. 앞으로 강화돼야 할 부분은 인프라 구축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역학조사관을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역학조사관은 부족하다. 공중보건의 출신 역학조사관을 양성해 전문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 말로 감염병에 대한 적절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의료 전달 체계에도 근본적 약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환자들이 의원을 바로 찾아가는 게 일상화돼 있다. 그러다 보니 감염병이 터졌을 때 전파가 빠를 수밖에 없다. 외국은 환자 스스로가 증상이 의심스러우면 주치의가 있는 병원에 전화를 걸고 보건당국이 와서 확인을 한다. 앞으로 감염병 전파를 줄이려면 국내에도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언제든 새로운 감염병은 발생할 수 있다.

환경이 변화되면 바이러스의 서식 환경도 바뀐다.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는 사람에게 심각한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중국은 2014년∼올해 1월 사람이 H5N6형(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례 24건을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상태다. 아직까지 사람 대 사람으로는 전염되지 않았다고 한다.

 


 

질본 독립시켜 검역관 전문성 키워야

▲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국가방역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질병관리본부가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이란 점이다. 질본이 독립된 기관이 아니다 보니 검역관들의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검역관으로 일하던 공무원들이 나중에 복지부로 이동하게 되면 검역 업무와 관련 없는 행정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전문성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검역은 '순간적 판단 능력'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감염병 유사 증상이 있거나 잠복기에 있는 입국자라고 해도 그가 제출한 건강상태질문서에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응 능력이 길러져야 한다. 현재 질본에는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나 인사·조직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당연히 검역관들의 자부심도 높지 않다.

반면 국내 검역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잘 갖춰져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나라 검역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검역관들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입하고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검역관 혼자 담당해야 하는 입국자수는 10만명 정도 된다고 한다. 앞으로는 '핀셋 검역' 시스템을 강화해 검역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타깃을 핀셋처럼 집어내 검역을 하는 방식이다.

/박범준·정회진·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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