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젤 번천·나오미 캠벨 등 배출한 선발대회서 작년 '대상'
'한국인 최초' 이탈리아 패션쇼 오프닝 … 10월 국제전 본선
▲ 패션쇼 워킹하는 모델 김시인

 

▲ 모델 김시인이 더룩오브더이어 코리아 대상 수상 후 아버지 김주형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브람스와 드보르작의 음악을 사랑하는 첼리스트가 런웨이에 진출했다. 그것도 이탈리아에서 열린 2020 알타로마 컬렉션에서 한국인 모델 최초로 오프닝 패션쇼 런웨이를 당당히 걸었다. 차세대 모델테이너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김시인(25)이 화제다.

김시인은 글로벌 모델의 등용문인 '2019 The Look of The Year Korea(더룩오브더이어 코리아)' 모델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1983년 이태리에서 시작된 더룩오브더이어는 지젤 번천, 신디 크로포드, 나오미 캠벨, 이리나 샤크 등 세계적인 톱 모델들을 배출한 권위있는 글로벌 모델 선발대회이다. 더룩오브더이어 코리아 대상 수상자인 김시인은 로마, 파리, 상해, 서울 컬렉션 등 국내외 다수 컬렉션의 활동 기회를 얻게 됐고, 오는 10월 열리는 더룩오브더이어 세계대회 본선에 진출한다.

김시인은 16일 "각종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을 했지만 목표로 했던 모델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가장 뜻깊다"며 "런웨이에 대한 열망이 강했는데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2020 알타로마 컬렉션 무대에 서면서 글로벌 진출의 첫발을 내딛게 돼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룩오브더이어 코리아의 우승자가 되기 전 김시인은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 본선 진출, 미인대회인 2019 미스 인터컨티넨탈 코리아 세컨 러너업(2nd Runner-up), 2019 미스글로벌시티 베스트 프로포즈상을 차지하며 다양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수한 기량을 인정받았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음악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시인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첼로를 해왔다"며 "첼리스트의 길을 가면서도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모델에 대한 꿈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학교 모델과 이선진 교수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모델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큰 키와 이상적인 신체비율, 매력적인 마스크로 눈길을 끌었던 김시인은 어디서나 주목받았다. 음대에 진학해 학교생활을 하던 중 그는 모델과 관계자들에게 픽업됐다. 모델과 패션쇼 행사에 초청받고, 모델과 학생들과 함께 워킹 연습을 하는 등 모델 수업을 시작했다.

김시인은 "모델과 패션쇼 무대에서 음악과 학생으로 첼로를 연주한 적이 있었다"며 "한복을 입고 첼로를 연주하는 내 등 뒤로 모델과 학생들이 워킹하는 것을 보면서 첼리스트가 아닌 모델로 무대에 서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대다수 모델 지망생들이 청소년기부터 준비를 해오는 것에 비하면 김시인의 출발은 많이 늦은 편이었다. '슈퍼모델 2018 서바이벌'에 도전하며 본격적인 모델 데뷔를 준비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국내외 패션쇼 무대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눈에 보인다.

김시인은 "늦게 시작한 만큼 독기를 품고 열심히 했다"며 "쓰러져 가면서 서바이벌의 치열한 경쟁을 뚫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임하자 하나씩 좋은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큰 키와 열정은 집안 내력이다. 김시인의 신장은 180.8㎝. 아버지의 키는 190㎝, 어머니는 168㎝이다. 배우를 준비하고 있는 중학교 2학년 남동생의 키도 176㎝이다. 김시인의 아버지 김주형씨는 구강위생용품 전문기업 ㈜수호천사엔젤의 대표이사로 수원지역에서 왕성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인사다.

김시인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일하시고 활동하시는 현장에 함께 다니며 노력과 열정에 대해 많이 배웠다"며 "지금껏 목표한 바를 모두 이뤄왔던 것도 부모님의 아낌없는 지원과 지지 아래 삶을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델 최소라를 롤모델로 하는 김시인은 제2의 최소라가 되기 위해 자기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샤넬의 뮤즈로 해외 컬렉션 무대에 가장 많이 서는 최소라 선배를 존경한다"며 "샤넬, 구찌, 루이비통 등 하이앤드브랜드의 해외 컬렉션에서 이름을 날리는 최정상 모델이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이어 "어떤 옷을 입혀놓고 어떤 화장을 해놔도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이너들이 봤을 때 옷걸이 같은 모델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디자이너들이 가장 원하는 카멜레온 같은 모델 김시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을 인생에 꼭 필요한 두 가지인 음악과 패션을 두루 섭렵한 운이 좋은 사람이라 표현하는 모델 김시인의 런웨이가 더욱 기대된다.

/박현정 기자 zoey05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