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저비용 항공사(LCC)는 미국에서 1971년에 출범한 사우스웨스트(South West Airlines)였다. 항공기종의 단일화와 운항시간 극대화, 그리고 기내식 없애고 발권업무 간편화 등으로 비용을 줄여서 탑승권을 싸게 팔아 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 유럽에서는 1991년 라이언 에어(Ryan Air), 2001년 아시아에서는 에어아시아(Air Asia)가 설립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저비용 항공사로 처음 취항했다. ▶그 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서도 별도로 저비용 항공사를 연달아 설립했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등이 생겨나면서 우리나라에 6개의 저비용 항공사가 생겨났다. 대형 국적항공사도 국내외의 저비용 항공사들에게 승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사이에 항공수요가 늘어나고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제주항공 등 한 두 개의 회사는 흑자행진을 계속하면서 호황을 구가했다. ▶2018년부터 유럽에서는 저비용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파산이 계속되어 10여개의 회사가 파산 신청 후 운항을 중단했다. 나라마다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독점하고 있던 항공시장을 싼값으로 공략하는 전략이 주효했으나 무한 경쟁과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유럽뿐 아니라 미주와 아시아 쪽에서도 시작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방공항에 본거지를 둔 저비용 항공사를 추가로 허가하기 시작했다. ▶수익이 난다 하면 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부처를 상대로 로비 작전을 펴고 해당 부처에서는 적당한 명분을 찾아서 한정된 시장에서 과당경쟁을 외면하며 허가를 남발하는 관행이 항공업계로까지 전염되었다. 고도의 전문성과 안전성이 요구되는 항공회사를 무더기로 허가하면서 정부가 내건 명분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였다. 우리보다 인구와 항공수요가 월등히 많은 미국이 9개사, 일본이 8개, 중국이 6개인데 우리가 9개나 되는 저비용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과잉이다. ▶필자는 국토교통부에서 저비용 항공사의 추가 허가를 검토하고 있을 때부터 정부 당국의 근시안적인 정책을 비판해왔다. 항공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회사가 난립하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유럽과 미국에서 보면서도 허가를 남발하는 정부의 전문성과 양식이 의심되기도 했다. 현재 신규 취항한 '플라이 강원'의 탑승률이 40~60%에 그치면서 여러 회사들이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인수·합병을 통해 항공사 수를 줄여야 하겠다.

언론인 신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