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 이상 간부가 아닌 경찰관이 압수한 아동학대 영상은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황당하다.

지난 2018년 3월 인천 부평구 한 어린이집의 학부모는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가 "보육교사 A(55·여)씨가 내 아이를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경사 계급의 경찰관 2명이 어린이집으로 가 원장에게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자고 했다.

CCTV에는 A씨가 2살짜리 원생의 이마와 가슴을 때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해당 경찰관은 어린이집이 임의제출하는 형식으로 아동학대 CCTV 증거 영상을 압수했다. 검찰로 송치된 A씨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기소 내용을 인정해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CCTV는 권한이 없는 경찰관에 의해 압수가 이뤄졌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11일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을 검사와 사법경찰관으로 한정했다"고 밝혔다.

'사법경찰관'은 통상적으로 경찰 간부로 불리는 경위·경감·경정·총경·경무관을, '사법경찰리'는 경위 바로 아래 계급인 경사·경장·순경을 지칭하는 사법용어다. 일반인들은 듣도 보도 못한 경찰 분류로, 형사소송법 115조에는 사법경찰관은 영장 없이도 압수·수색할 수 있지만 사법경찰리는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구속영장 신청과 긴급체포도 사법경찰관 명의로 하게끔 되어 있다.

정말 실망스럽고 해괴한 법체계다. 경찰대를 졸업하면 경위 계급으로 임용되지만 20대여서 실무 경험이 적다.
하지만 40세가 넘은 경사·경장은 수두룩하다. 경찰의 진급이 다른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들의 수사 경험은 당연히 20대 경위보다 풍부하다. 그런데도 압수·수색이라는 기본적인 수사행위조차 할 수 없게 돼있는 법규정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경찰의 수사권이 확대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공포된 마당에 이런 모순이 아직도 꽈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