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가 개교 40년을 넘어 장년이 되었다. 시립화와 국립 법인화를 거치면서 인천대는 지역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면서도, 지역거점 국립대학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장경제에 내몰린 지 오랜 대학이 연구실적과 예산확보에 사활을 걸면서도 4년마다 다가오는 총장 선거에 기성 정치권 못지않은 학내정치로 대학이 뒤숭숭하다.

어느 조직이든 자신들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세력 간의 연대와 이합집산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의 총장선거는 기성 정치권의 답습이 아닌 대학의 본질적 역할에 걸맞는 민주적 선거과정과 공익적 지향점에 대한 토론과 검증의 장이 되어야 한다.

대학은 개인과 파벌의 이익보다 공익에 우선 복무해야 하는 조직이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대학을 지원하고 그 특수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이유이다. 특히 인천대학은 대표적 비리사학에서 대학민주화의 상징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국가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당연히 인천대학의 총장선거는 학내정치가 아닌 매 4년마다 대학의 역할에 대한 자기비판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할 사회적 책무를 지니고 있음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의 내부는 교수, 학생, 직원 사이의 총장선출권 비율을 두고 상생과 대화보다는 이익의 충돌과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부끄럽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2015년 박근혜 정권이 예산 등을 볼모로 전국의 국공립대학에 강압적으로 시행했던 총장간선제에 맞서 직선제를 외치며 자신을 던진 부산대학교의 고(故)고현철 교수가 바랐던 것은 단순히 총장선출 제도가 아니라 대학의 민주화와 학문적 독립성이었다.

현재의 학내 갈등은 대학민주화의 상징인 총장 선출제도 개선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 원인이다. 총장선출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이 적정한 비율의 권리를 가지는 것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대학민주화의 중요한 조건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의 상징이었던 직선제 또는 그와 유사한 선출방법에 대한 공감대를 먼저 찾아야 한다,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선출권 비율의 문제는 양보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선출권 비율의 문제는 불과 60여 년 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참정권 획득이 남성의 참정권 침해가 아니라 여성들의 당연한 권리를 찾은 것이라는 점을 되짚어 보자. 교수회가 교수들이 가진 총장 선출권을 뺏기는 것이 아닌 다른 구성원들의 기본적 권리를 찾는 것이라는 인식이 기초되면 선출권의 비율은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점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학민주화의 살아 있는 상징인 인천대학은 그 역할에 걸맞게 대학과 지역사회라는 커다란 솥단지는 팽개치고 개인의 밥그릇만 챙기는 소아적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총장선거는 부끄러운 밥그릇 싸움이 아닌, 대학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와의 상생발전과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고민하는 정기적인 성찰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솥단지가 비면 밥그릇도 채워질 수 없다.

김철홍 인천대 교수· 교수노조 국공립대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