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 코로나 바이러스, 불안과 공포의 심리
[목요논단] 코로나 바이러스, 불안과 공포의 심리
  • 인천일보
  • 승인 2020.02.12 20:08
  • 수정 2020.02.12 20: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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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시 협력해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야 할 시간이다. 편 가르기에 편승하여 내 주장만 옳다고 주장하면,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끼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보기 싫어서 색안경을 끼고 살아야 하게 된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과 관련해 국내외가 시끄럽다. 중국에서는 시진핑의 리더십까지 문제가 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소위 '황인종'들을 경계하고 심지어는 무시하는 태도가 보인다고 한다. 여전히 염려되는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확진자의 발병이 급격히 확산되지는 않기에 다소 안도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날 그날에 어떤 소식이나 기사가 나오느냐에 따라 마음이 놓이기도 하다가 염려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언론사들의 기사와 네티즌들의 반응은 진영논리에 따라 급격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국의 놀라운 방역 태세를 찬양하는 사람이 있고, 지금의 대책으로는 부족하니 중국 입국 금지 지역을 늘려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언제 끝날 것인가에 대해 지나친 염려를 하는 사람이 있고,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 사람들이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어떤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지각하고 인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에 대해 어떤 사람은 불편함을, 또 어떤 사람은 불안을, 또 다른 사람은 공포를 느낀다. 누구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도 끔찍하게 여기고, 버스나 현관문의 손잡이조차 바이러스가 묻어 있어 병을 앓을까 염려한다. 어떤 사람은 '뭐 별일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이전과 같이 외식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악수를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마스크를 하고, 손을 소독하고, 방역을 하고 나서도 금방 다시 심각한 불안을 느껴 또 똑같은 절차를 반복해도 안심이 안된다.

이들은 동일한 사태에 대해 서로 다르게 느끼고 있다. 첫 번째 사람은 불안한 것이고, 두 번째 사람은 낙관적이며, 세 번째 사람은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불안한 것은 특별한 대상이 없이 느껴지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공포는 뚜렷한 대상이 있어서 느껴지는 두려움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은 불안과 공포를 동시에 수반할 수 있다. 감염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은 불안이며,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있다는 것은 공포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확대되면 공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대응 전략과 매뉴얼, 향후 조치 등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심리적으로 무엇을 경험하는가에 대한 상호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 서로 다르게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과 조롱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서로의 행위에 대한 의도를 진영에 따라 해석하는 행위이다. 아무리 잘못된 것이라도 자신의 편에 있는 사람에게는 높은 긍정 평가를, 아무리 잘한 것이라도 자신의 편에 없는 사람에게는 높은 부정적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적 아니면 동지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행태는 전염병보다 더 무섭게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사회적 안전망을 흔들며,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한국사회는 국가적 문제나 위기 대응 때는 서로 협력하고, 지지하며 고난을 이겨냈다고 한다. 당장 그리 멀지 않은 일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이 그랬고, 월드컵의 붉은 악마들이 그랬고,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깔렸을 때도 그랬다. 우리가 다시 협력해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야 할 시간이다. 편 가르기에 편승하여 내 주장만 옳다고 주장하면,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끼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보기 싫어서 색안경을 끼고 살아야 하게 된다. 어쩌면 보기 싫다고 아예 안 보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있는 그대로 서로를 볼 수가 없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차명호 평택대 상담 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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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심 2020-06-19 22:23:00
색안경이라는것은
내가나에게가장많이쓴안경인것같아요
내가내가보기싫어안보려했으니
진짜나를볼수가없었겠구나싶네요
색안경을벗고나니,내가그리보기싫은존재는아니더라고요
어쩌면좀더괜찮은나로보이기까지합니다^^
있는그대로의나를바라봐줄수있는용기를주셔
진심으로감사드립니다~♡

김광순 2020-02-19 09:08:50
차명호교수님의 칼럼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의 안정이 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내편은 무조건 믿고 이해하려는 반면 다른편은 어떻게? 혹시? 의심을 먼저해보고 끈임없이 부정적인 해석으로 비방하고 그러다 결국 그러한 것이 나를 괴롭히게 되고...... 일상의 저의 모습이 떠오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