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귀한 것은 사람 사이 정" 더불어사는 사회 소망
▲ 신용식씨가 우산을 고치며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신씨는 광명지역을 연고로 버려진 우산들을 모아 수리하는 일을 10년째 해 오고 있다.


"10년간 4만여개의 우산을 무료로 수리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줬습니다. 대가 없는 나눔을 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낡고, 찢어지고, 부서지고, 고장 난 우산들을 감쪽같이 새것으로 변신시키는 신용식(57)씨는 11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소망했다.

신씨는 광명지역을 연고로 버려진 우산들을 모아 수리하는 일을 10년째 해오고 있다. 그가 고쳐낸 우산만 해도 한 해 동안 4000개가 훌쩍 넘는다. 하루에 10개 이상의 고장 난 우산을 고친 셈이다.

신씨는 "연간 4000만개가 넘는 우산이 버려진다는 사실이 알게 된 후 우산을 고쳐 다시 쓸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버려진 우산들이 재활용되지 못하면 엄청난 쓰레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산 한 자루를 가지고 뜯어보고 붙여도 보며 고칠 방법을 끝없이 궁리한 끝에 우산에 마법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제법 손재주가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우산을 뚝딱뚝딱 고쳐낼 수 있었다. 새로 덧대고 입힐 재료도 수거된 폐우산에서 재활용했다. 고쳐 낸 주인 잃은 우산들은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거나 지역 공공기관에 기부했다.

신씨의 우산 수리 실력이 알려지자 지역에선 망가진 우산을 맡기려는 이들과 사용하지 않는 우산을 기증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는 "우산을 수리할 곳이 없어 고쳐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10년간을 수도권 일대를 돌며 우산을 고치러 다녔고, 요즘도 농장일을 하는 시간 외에는 우산을 수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하면 신씨를 떠올릴 만큼 지역 내 유명인사가 된 그는 2017년 당시 국립중앙민속박물관에서 열렸던 망가진 물건을 고쳐 재사용하는 장인들의 작품 전시회 '쓰레기×사용설명서'에 초청되기도 했다.

신씨는 "산업폐기물이나 버려진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의 경각심을 알리기 위한 취지의 전시였다"며 "당시 직접 시민들이 가져온 우산을 고쳐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우산 수리 봉사를 해 온 신씨가 귀가 닳도록 들어온 말은 '우산을 고친 뒤 왜 수리비를 받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신씨는 "돈보다 귀한 것은 사람 사이에 나누는 정"이라며 "요즘 같은 각박한 시대에 나눔을 하게 되면 함께하는 삶을 통해 행복이 절로 찾아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