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료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첫 번째 확진자인 중국인(25·여)은 의료진에게 보낸 편지에 "당신들은 나의 영웅이고, 이 경험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영웅'이라는 말에서 무한 신뢰가 묻어나온다.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은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중국인이) 가장 중증에 속했던 것"이라며 "사례가 쌓이면 (신종 코로나가) 무서운 병이 아니라고 밝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자의) 치사율은 당초 예상치 8%보다 낮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 치사율은 10일 기준으로 중국 후베이성 3.07%, 중국 다른 지역은 0.39%다. 우리나라는 아직 제로다. 메르스(34.4%), 사스(9.6%)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가히 불신의 시대다. 감염증이 유행하면 의사 말보다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 첨단 문명을 자랑하는 이 나라의 현실이다. 건강염려증이라는 병 아닌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있다.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아니면 말고' 식의 대책을 내놓는 공공기관도 넘쳐난다. 서울시교육청은 확진자가 체류한 곳 반경 1㎞ 이내에 있는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74개에 휴교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훈재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는 "그런 방식의 방역은 멧돼지가 전파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에나 적용해야 한다"고 비웃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정부 의중을 충실히 따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과잉대응을 넘어 해괴한 대책이다.

이 교수는 또 확진자가 인천 송도의 한 쇼핑몰에 들린 사실이 밝혀진 이후 인천시교육청이 내린 송도 4개 중학교 휴교령에 대해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2시간 정도 지역에 머물렀다는 이유로 휴교한다면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가 쇼핑몰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14명에 대해 역학조사를 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감염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인천시교육청은 휴교조치 이유로 '선제적 예방 차원'을 들었지만, 실제 위험도와 휴교로 얻을 수 있는 예방 효과 등 의학적인 견해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한예방의학회는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 학교와 상점 등이 문 닫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고, 공포와 낙인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무시하고, '만약의 경우'를 상정해도 터무니없는 공공기관 대처방식이 혀를 차게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은 '신뢰'가 아닐까 싶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