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숲 개발과 코로나바이러스
[환경칼럼] 숲 개발과 코로나바이러스
  • 정기환
  • 승인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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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오묘한 힘을 갖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환경원탁회의는 2008년부터 몽골 서부, 바양노르 마을에 축구장 200개 면적의 숲을 '푸른아시아'와 함께 만들었다. 처음 기후위기로 황폐해진 마을에서 우리가 본 것은 모래먼지 폭풍과 쥐들의 천국이었다. 여기서 '인천'은 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그동안 나무들이 자라 숲이 되었는데 정말 신기했다. 어디서 왔는지 생명체들이 숲을 채워 갔다. 개구리, 여우, 뱀, 토끼, 매들이 돌아왔고 땅도 건강하게 살아났다. 특히 몽골의 오래된 숲들은 병충해도 스스로 해결했다.

문제는 이런 숲들이 개발로 사라질 때다.


세계보건기구는 2018년 아프리카 콩고에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을 발표한다. 그 이후 에볼라로 3300명이 감염되고, 2200명이 사망했다. 에볼라는 어떻게 발생했을까? 올 1월9일 '포리스트 뉴스(forests news)'는 과학자들을 인용, 콩고의 숲 사례를 발표했다. 농토를 만들기 위해 숲을 밀었다고 한다. 그동안 숲에만 살던 과일박쥐들이 서식지가 사라지자, 사람들의 거주지로 이동했다. 박쥐들과 사람들의 접촉이 일어나면서 박쥐의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감염시켰다. 이것이 치사율 90%의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 경로이다.

1995년 페루도 오래된 숲을 베고 농토와 도로를 만들었다. 그 후 생긴 문제다. 숲이 있을 때 그 지역은 매년 600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었는데, 숲을 밀고난 후 12만명으로 늘어났다. 이 사례들처럼 숲이 개발로 사라지면서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한 사례는 무척 많다. 니파, 에이즈, 사스, 뎅기, 지카가 그것이다.

숲이 사라지면 왜 이런 신종바이러스들이 발생할까? 그동안 인류와 접촉하지 않던 숲의 닫힌 시스템이 열렸기 때문이다. 오래된 숲에는 인류가 겪지 않은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있다. 이 바이러스들이 닫힌 숲속에서 동물들과 함께 진화해 왔다.

그래서 기존의 숲에 사는 동물들에게는 바이러스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숲이 사라지면 그 닫힌 시스템이 열리게 되고, 바이러스와 동물들은 인간 사회와 접촉하게 된다. 이때 면역력이 없는 인류는 신종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사스'이고, '메르스'이고, 지금의 중국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사스 때처럼 빨라도 6개월 뒤에나 지금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소강될 것이다. 그러면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 과연 그럴까?

올해 1월7일, 신종 코로나 정보를 올리는 '바이오 알카이브(bioRxiv)'에 미·중 과학자들이 티베트 굴리야(Guliya) 빙하에서 28종의 고대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보고한다.

과학자들은 1만5000년 전의 이 바이러스들이 면역력이 없는 인간 사회와 접촉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했다. 빙하라는 갇힌 시스템 안에 있던 고대 바이러스들은 기후위기로 언제든 인류와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숲과 빙하가 사라지면 신종 바이러스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게 된다. 그 판도라 상자가 우리와 먼 콩고, 보르네오, 티베트에서 열렸다고 안심할지 모른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비행기 속도로 이동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결국 인류는 숲을 베고, 기후위기를 만들면서 신종 바이러스라는 난제를 만난 셈이다.

신종 바이러스 해법은 있을까?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보건 당국들의 국제적인 공조와 대응이 시작된다. 마스크, 손 씻기, 격리 외에 답도 없다. 발생 시 인적, 경제적, 심리적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생각해 보면 병원균을 줄이는 것이 먼저다. 그러려면 열어 놓은 판도라의 상자를 닫아야 한다. 사라진 숲을 복원하고, 오래된 숲을 보호하고, 온실가스를 줄여야 판도라 상자는 닫힌다. 복원된 숲은 온실가스 저장고 역할을 하고, 기후위기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

2003년 사스로 인류는 45조원 이상의 비용을 치렀다.
이번 신종 코로나는 191조원이 든다고 한다. 지금부터 숲을 보호한다면 발생 시 매번 치러야 할 비용의 1/10로도 판도라 상자를 닫을 수 있을 것이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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