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성남시장이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노경필 부장판사)는 6일 은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통편의를 기부받는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1년 동안 차량과 운전 노무를 받았다"며 "이런 행위는 정치인의 책무 및 정치 활동과 관련한 공정성·청렴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는 1심 판결 벌금 90만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선고 공판에서 검찰 구형보다 더 높은 벌금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선출직 공무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판결받을 경우 직을 잃게 된다.

은 시장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성남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이 대표로 있는 코마트레이드로부터 총 95차례에 걸쳐 차량 편의를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은 시장의 변호인은 정치적 판결이라며 이례적으로 재판부를 비판했다.

변호인은 "재판부는 양형의 이유로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다투었다는 점을 중형의 이유로 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했다"면서 "시민들이 민주적 선거로 선출한 시장의 당선 유효, 무효를 판단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은 시장도 선고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2심 판결은 수용하기 어렵다. 대법원에 상고해 잘 대응하겠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등 시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시장으로서 직무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심 판결이 성남 시정 운영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성남시청 공무원들은 당혹스러워하며 말을 잃었다.

은 시장은 2020년을 창조도시를 향한 도전의 한 해로 정했다. 그는 아시아실리콘밸리 조성사업과 판교콘텐츠 거리 조성, e-스포츠전용경기장 조성, 성남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플래닛 준공 등을 통해 창조도시 성남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또 도시재생사업과 백현 마이스(MICE) 클러스트, 도시공원일몰제, 성남도시철도 2호선 연장 등 굵직굵직한 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모든 피해는 시민을 몫으로 돌아간다. 공무원들은 주요 시책과 역점사업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추진해야 한다. 시민들은 성남시를 주시하고 있다. 지역 정가는 예상 밖의 결과라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벌써 시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정치공세도 시작됐다.


은 시장을 고발했던 장영하 변호사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은 시장이 상고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각돼 시장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여전히 거짓과 위선으로 시민들을 우롱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가면을 벗어 시민들에게 이실직고하고 시장직을 사퇴하라"고 했다.

시장은 시민들이 투표로 뽑은 선출직이다. 또 우리나라의 재판은 3심제를 원칙으로 한다. 대법원이 은 시장과 검찰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차분하게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이동희 경기동부취재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