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많은 지자체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이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큰 홍역을 치르고도 '감염병 조례' 제정을 미적거렸다는 것은 직무를 유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현재 경기도 전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 한창이지만 정작 감염병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경기도와 10개 시·군이 전부다. 경기도의회는 메르스 사태 종료 직후인 2015년 8월 전국 처음으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 등 일명 '감염병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예방 및 방역 대책부터 조사·연구까지 감염병으로부터 도민을 지키기 위한 도지사의 책무를 망라했다.

수원시도 발 빨랐다. 그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사업과 시행 계획, 위기관리대책본부 구성, 관리자문위원회의 설치, 전문관리단 운영 등을 명시한 조례를 제정했다. 나아가 '메르스' 대응 과정을 담은 백서 '메르스 일성록'을 펴내면서 정부에 '역학조사관 채용·사전역학 조사 권한 부여' 등 현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 달라는 요청을 거듭했지만 정부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당시 입법 취지로 '메르스 사태'를 겪은 뒤 얻은 교훈을 제시했다.

감염병은 예방과 관리가 필수이고, 발생 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감염병을 중앙이 컨트롤 하지만, 지자체가 근거를 마련하면 보다 지역과 주민 실정에 맞춘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뒤이어 고양·성남·안양·하남·시흥·부천·남양주·구리·군포시도 조례를 만들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용인·화성시를 비롯해 20개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지 않았다. 외국인 비율이 높은 안산시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중앙에서 내려보낸 매뉴얼이나 내부 방침이 있기에 조례가 없다고 해서 예방, 방역 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 선례가 있고, 최소한의 근거가 없으면 한시적인 운영 등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경기도는 31개 시·군과 함께한 각종 위원회 등에서 감염병 조례를 꾸준히 권고해왔다. 지자체들은 '늑장 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하기에 앞서 감염병 조례와 같은 근간을 뿌리내리는데 게을리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