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간 운영 안하는데다
1일 반입량 한정돼
운반 노동자들 무임금 초과근무
▲ 인천 서구 청라소각장 앞에서 대기 중인 생활폐기물 운반 차량들 모습.


인천 서구 청라광역생활폐기물소각장(청라소각장)에서는 매일 저녁 앞줄을 차지하기 위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11시30분, 청라소각장 입구에는 중구·동구·계양·서구·부평에서 온 폐기물 운반 차량 13대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차에는 생활폐기물 8t~10t가량이 실려 있었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이날 저녁, 운반 노동자들은 좁은 차 안에서 선잠을 자며 소각장이 열리는 다음날 새벽 1시가 오길 기다렸다. 소각장 근처에는 따뜻한 밥 한끼 먹을 만한 식당조차 없다. 가장 먼저 온 운전자는 저녁 8시쯤 도착했다.

소각장 입구에는 '폐기물 반입차량 사업소 내·외부 사전 대기 금지 및 반입 시간 준수'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현실이다. 운반 노동자들은 "이렇게 대기해야 두 번은 버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청라소각장이 제 시간대로 운영되지 않아 폐기물을 반입하는 노동자들의 무임금 초과 노동이 일상화됐다. 공단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지만 답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9일 '인천시 광역폐기물처리시설 관리 및 운영 조례'를 보면 청라소각장은 오전 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소각장은 오전 1시 문을 열어 1~2시간 뒤 문을 닫는다. 소각장이 문 닫은 뒤에는 오전 6시부터 생활폐기물을 받아주는 서구 수도권매립지로 가서 운반 노동자들은 또 대기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각장에 한 번이라도 더 폐기물을 버리려면 다른 노동자들보다 일찍 나와 줄을 서는 방법밖에 없다. 노동자들 말을 종합하면 청라소각장에는 하루 평균 20~30대 정도 차량들이 들어오는데 문 열기 전 앞에서 5~6번째 정도 줄을 서야 폐기물을 두 번 넣을 수 있다. 소각량이 곧 돈(대행료)이라 이 같은 '치킨게임'은 피할 수 없다.

지난달 21일에는 오후 7시부터 차량이 줄 서기 시작했다. 가장 일찍 온 운전자는 6시간을 차 안에 머물러야 했다. 이들의 근로계약서 상 근무 시간은 대개 오전 0~1시부터 오전 8~9시까지다.

운반 노동자 A씨는 "여유 있게 폐기물을 반입할 수 있으면 집에서 푹 쉬다 나올 수 있을텐데"라며 "여름에는 매연이 퍼지기 때문에 시동도 못 켠다"고 말했다.

인천환경공단은 소각량이 한정돼 있어 반입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청라소각장 운영현황을 보면 소각장 하루 처리용량은 420t(210t 소각시설 2기)인데 2017년 기준 소각시설 가동률은 98%다.

공단은 2025년까지 소각 시설을 증설해 하루 처리용량을 750t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답보 상태다.

운반 노동자 B씨는 "당장 증설이 어려우면 지역별 반입량이라도 정해주면 될텐데 그냥 문을 닫아버리니 일찍 나와 대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만순 공단 청라소각시설운영팀장은 "업체들과 간담회도 했지만 소각장 증설 없이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지역별 반입량 할당을 하려면 인천 전체를 조정해야 하고, 업체 간 합의도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신영·이창욱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