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의료센터, 본보 늑장운영 보도 후 모든 유증상 입국자 관찰

방역당국이 '116억여원짜리 최상급 국가격리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인천일보 보도(인천일보 1월30·31일·2월4일자 1면) 이후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원격진료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등 센터 운영의 미숙함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조사대상 유증상자'에 해당하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4단계 고강도 검역 체계'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검역 조사를 시작으로 선별 진료와 시설 격리를 거쳐 진단 검사까지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실시하는 검역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게 검역소의 설명이다.

검역 조사에서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기침·가래·인후통 등)을 보이는 입국자는 우선 선별진료소로 이동된 뒤 기초역학조사와 인플루엔자 배제 진단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경증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된 사람은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고 격리 조치와 함께 진단 검사를 받는다.

격리·관찰은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에서 이뤄진다. 현재 이 시설엔 군의관 4명과 국립병원 간호사 12명 등이 투입돼 24시간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일까지 모두 113명이 격리 조치돼 신종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양성 판정이 나올 경우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이송된다.

앞서 방역당국은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9일째에 센터를 늑장 가동한데다, 신종 코로나 발병 확률이 희박한 입국자를 대상으로만 시설을 운영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김상희 인천공항검역소장은 같은 달 29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인천공항에서 중국 전역에서 온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 조사를 의무화하면서 조사대상 유증상자나 의사환자(의심환자)와 무증상자 사이에 있는 사람들을 꼼꼼히 살펴보기 위해 전날부터 센터를 가동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대상 유증상자와 의심환자가 격리 대상에서 빠져 센터 활용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검역소가 인천일보 보도 이후 센터 활용도를 높여 나가고 있지만 격리자의 건강 상태를 살피기 위해 수억원을 들여 구축한 원격진료시스템은 여전히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비상상황 발생 시 '감염병 대책 중앙지휘본부' 역할 등을 하기 위해 만든 센터 역할이 축소된 정황은 또 있었다.

건물 입구에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 현판까지 부착하고선 공식명이 아니라며 보도자료 등 대외적으로는 센터 명칭을 '격리시설'로 격하한 것이다.

검역소 관계자는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는 공식명이 아니고 의료시설도 아니다"라며 "범유행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격리시설을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런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밝혔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