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최 말이 통해야 무엇이라도 하지….말을 섞어도 이해하지 못하니 정말 답답하다. 벽에다 얘기를 하는 게 낫지…."

좀처럼 소통(疏通)을 할 수 없어 생겨나는 문제다. 막히지 않고 잘 통해 서로 오해와 편견이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는 꽉 막혀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을 가리켜 '벽창호'라고 부른다. 우둔하고 고집이 너무 세 화합하기는커녕 불통(不通)에 가깝다는 말이다. 처음엔 설사 의견이 제각각이라도, 나중엔 조율을 거치면서 합의에 도달해 구심체를 형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만큼 소통은 양보와 협력을 통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하나의 '현상'으로 여겨진다.

소통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지 꽤 됐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 무엇이든 결국 파열음을 내고 어떤 변화나 혁신을 이룰 수 없다. 가정에서부터 지역사회와 나라에 이르기까지 소통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불화를 겪으면서 조화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갖가지 일을 망치기 마련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다시 상기되는 요즘이다. 불통으로 인해 누군가 눈물을 흘리거나 분노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중국 정부의 미숙한 초기 대응이 화를 키웠다. 과거 사스 유행 때처럼 중국 정부는 감염 실태와 심각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가 하면 이 바이러스 존재를 가장 먼저 알렸다가 당국에 끌려가 처벌을 받았던 우한 의사 리원량(34)이 환자를 돌보다 감염돼 7일 숨졌다. 그러자 그를 추모하는 물결이 거세게 일렁인다. 그는 지난해 12월30일 사스 확진 7명이 발생했다는 병원 문건을 얻은 뒤 동료 의사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이후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중국 공안은 리원량을 비롯한 의사들에게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 질서를 해쳤다"며 "위법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의 '훈계서'를 받았다. 요즘 중국에선 새로운 질병을 세상에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리원량을 의로운 '내부 고발자'로 칭송하며 애도하고 있다.

이처럼 역시 문제는 소통이다. 애초에 중국 정부와 우한시가 공조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정보를 신속·투명하게 공개했다면, "이렇게까지 확산됐을까"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 초기 방역에 실패한 데다 정보를 감추려고 한 점 등은 '불통'에 다름 아니다. 지역과 나라가 원만한 소통을 이뤄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 까닭이다. 아무쪼록 국내에서도 지역과 질병관리본부, 정부가 한점 소홀함 없이 서로 소통을 하면서 이 난국을 헤쳐나갔으면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