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저녁시간, 딸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휴업 공지 메시지를 보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의 동선에 우리 지역 대형쇼핑몰이 포함된 것이 밝혀진 것이 이유란다.

필자는 지난해 5월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보건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받았다. 참여위원 중 유일한 공중보건전문가라는 이유로 부위원장으로 추천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번 인천시교육청의 조치는 과학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교육부의 관련 지침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

흔히 학교 휴업이라고 하면 큰 천재지변이나 극심한 사회혼란, 그리고 지역사회 감염병 대유행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지금 상황을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역대 여섯 번째 '공중보건 위기상황'으로 선언했으며 우리 정부도 진작에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은 아직 지역사회에서 본격화되지는 않았고, 어린이와 학생들은 이 병에 걸리거나 중한 상태로 악화될 가능성이 어른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에 필자는 다른 지역 어린이집과 각급 학교들에서 그야말로 유행처럼 휴업이 확대되는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는 중이다.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만 키우고, 방역 역량을 분산시킬 뿐이다.

실제 이번 학교 휴업 공지 직후 인터넷에는 관련 기사가 넘쳐나 있었고, 지역주민들의 온라인 게시판은 괴담 수준의 우려가 증폭되었다. 구청에서는 용의자 색출하듯 확진환자 방문 당일 그곳의 출입자를 집계해 신고해달라고 여기저기 공문을 뿌렸다고 한다. 생활터 곳곳에서는 이웃을 경계하고, 비난하는 풍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먼저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 확진환자는 2월4일부터 자가격리 조치를 시작하였고 본격적인 증상은 다음날부터 나타났다고 한다. 쇼핑몰을 방문했던 2월1일 이 환자의 건강 상태에 이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여러 정황과 정보들을 종합한다면 이 확진환자를 통해 지역 내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은 아주 적을 것 같다. 향후 지역사회 환자 발생과 확산이 본격화한다면 그때는 학교 차원에서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방역 조치가 필요할 것이고 일정 기간의 휴교가 불가피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새로운 보건 문제로서 아직 밝혀져야 할 내용이 많지만, 공기 전파의 가능성과 잠복기 무증상환자의 전파력은 극히 희박하다. 이것은 현재까지의 의학계 정설이다. 이미 보건당국에서는 해당 확진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기록이나 쇼핑몰에서의 모습을 CCTV 영상 등을 통해 면밀히 확인했을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런 과학적 근거와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방역당국과 협력하고 필자와 같은 지역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해 학교 휴업을 결정했어야 했다. 필요성과 시급성이 아무리 크더라도 이런 방식의 깜깜이 휴업 통보는 정말 곤란하다. 혹시라도 어느 광역시교육청의 '확진자 동선 반경 1㎞ 이내 학교 적극적 휴업 방침'을 참고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 그런 방식의 방역은 멧돼지가 전파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에나 적용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은 공중보건학적 위기라고 선언되었지만, 사실 인류의 역사에서 감염병의 유행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은 별로 없었다. 사스(SARS) 유행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8개월가량 지속되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도 단기간 종식될 것 같지는 않다. 가벼운 증상을 보유한 환자가 2시간 정도 지역에 머물렀다는 정도의 이유로 학교 휴업한 것이 마땅하다면 아마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이제 포기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신종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정책당국 고위층 인사들의 언어에도 유행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이번에는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라는 유행어가 남발되고 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 유행 당시 표방한 대책들은 슬그머니 파기하고, 유능하고 헌신적인 방역공무원들을 홀대하는 것을 필자는 여러 번 목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는 이유있는 인재(人災) 성격도 크다. 남의 일 이야기 하듯 '늑장보다 과잉대응이 낫다'하는 것은 말의 성찬일 뿐이고, 중심 잡지 못하고 있는 현장 관계자들을 부화뇌동하게 만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무분별한 과잉 대응, 늑장 대응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훈재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