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 명목 지분 매각 조현아 전 부사장 견제로 해석
인천시와 특혜시비에 휘말렸던 대한항공 왕산마리나가 매각된다. 겉은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조치지만 속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왕산마리나 사업을 담당한 조현아 전 부사장 간 경영 다툼으로 읽혀진다.

대한항공은 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중구 을왕동 왕산레저개발의 왕산마리나 사업 지분 매각을 의결했다.

왕산레저개발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2011년 설립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대한항공 자본금 60억원을 출자해 만든 회사로 대한항공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금껏 1343억원을 왕산레저개발에 출자한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주간사 선정 및 매각공고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그동안 대한항공이 만성 적자인 왕산레저개발에 계속 지원한 이유에 대해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그룹 내 호텔과 레저사업을 맡기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대한항공 이사회가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결정한 것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사업영역을 좁히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 조씨 일가의 승계 다툼이 엉뚱하게 6년 전 국민 혈세가 투입된 왕산마리나 사업으로 불똥이 튄 것이다.

민선5기 때인 지난 2011년 시는 왕산레저개발과 공유수면 9만8000㎡를 매립해 요트경기장을 조성하는 업무협약을 맺고 167억원을 지원했다. 전체 공사비 1500억원 중 11%에 달한다.

3년 후 인천시의회를 비롯해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가 혈세 지원의 부당성을 제기했고, 민선6기에 관련 사업의 감사가 이뤄졌다.

시는 감사를 통해 왕산마리나사업에 국·시비 167억원을 지원된 것은 '부당하다'며 그에 상응하는 지분확보 등 소유권 확보 대책 강구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지시했다.

이후 시는 167억원 환수조치에서 용유지역 공공하수처리 시설에 대한항공이 투자하는 것으로 왕산레저개발과 대물변제를 마쳤다.

시 관계자는 "왕산마리나 사업은 100% 민간에서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더이상 시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