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17년경력 청원경찰 급여 삭감·2600만원 환수
전 직장 근무인정 번복 탓 … "내 잘못도 아닌데 서럽다"

 

"17년을 멀쩡하게 근무했던 직원에게 이제와 월급이 잘못됐다고, 토하라고 합니다. 공공기관에서 말이나 되는 것입니까."

농촌진흥청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던 한 청원경찰이 내부에서 실행된 개편 방침에 의해 호봉 삭감을 비롯해 급여를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부적절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6일 농진청에 따르면 수원시 소재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는 최근 직원들의 직권남용, 노동법 위반,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청원경찰 A씨와 대립하고 있다.

발단은 농진청이 지난달부터 직원복무점검 차원에서 청원경찰의 호봉을 약 8단계 낮추고, 기존에 지급된 급여 2600여만원을 환수하는 절차에 돌입하면서다.
A씨는 2003년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종축개량 관련 부서에서 특채로 청원경찰이 됐다. 이후 농림부산하 한국농업대학을 거쳐 현재 중부작물부까지 모두 17년 경력이다.

문제는 농진청이 최초 입사 당시 인정받은 전 직장 근무경력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놨다. A씨는 앞서 의료 쪽 공공기관에서 15년 정도 일했고, 일정 호봉을 인정받았다.
고용관계에 있는 공공기관이 경력을 인정해놓고, 17년이 지나서야 뒤집어버린 셈이다. 농진청은 당장 이달부터 A씨 호봉을 8단계 삭감했고, 급여에서 100만원을 줄이는 등 조치했다.

A씨는 이에 "처음부터 공직자들의 실수였음에도 잘못 없는 청원경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라며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A씨는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행정처분에서 개인이 받는 불이익이 상당한데도 의견제출 기회도 못 받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A씨는 자신과 같은 불합리한 방침을 받은 청원경찰이 한둘이 아닐 것으로 보고 이 사안을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고용노동부, 국립식량과학원, 경찰서 등에 넘기기로 했다.

농진청은 초기 호봉 산출 방식에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추후 대처는 적법했다는 입장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처음부터 호봉계산이 잘못됐다. 그 담당 직원은 타 기관으로 가고 없다"며 "청원경찰의 심정도 이해는 하나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판례 등을 먼저 찾아보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평범한 월급쟁이로 열심히 일했고,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잘못도 아닌 것으로 이런 가혹한 시련을 받아야 한다니 서럽다"며 "법은 약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모든 법적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