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전환되었으며, 수축사회의 기조는 계속해 유지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는 2000년대 초반 전 지구적 호황 이후 2008년 전환형 복합위기를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수축사회에 진입했으며, 인구 감소와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로 인한 공급과잉, 역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 부의 양극화 등으로 세상은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고 한다.

파이의 전체 크기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방위 갈등이 제로섬전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로섬전쟁이란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의 합계가 영(零)이 되는 전쟁을 의미하며, 이 게임에서는 승자의 득점은 항상 패자의 실점에 관계하므로 극심한 경쟁을 야기시키는 경향이 있다. 수축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절벽, 부채증가, 저성장, 부익부 빈익빈, 갈등증폭, 분열, 제로섬전쟁, 양극화, 공급과잉 등을 원인으로 발생하고, 위 현상들은 수축사회를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투자가 짐로저스에 의하면 저출산, 고령화, 부채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은 30년 내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한국은 현재 일본보다 조금 나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수축사회에서 패배는 곧 자신의 존재를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앞에서 벌어지는 제로섬전투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미래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어렵고, 오직 눈앞의 승리에만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눈앞의 승리에 급급해 고군분투한 경우 부분적인 전투에서 이길 수 있겠지만, 전체 흐름과 미래 변화를 감안한 전략이 없다면 궁극적으로 패배할 것이다. 체계적인 예측에 근거해 미래의 모습을 가정하고 그 예상에 부합하는 전투를 벌여야만 국지전을 포함한 전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미 수축사회라는 주사위는 굴려졌고,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사회적 자본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와 타협, 협력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포괄해 지칭하는 것이며, 이중 사회적 신뢰와 타협, 협력이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다. 사회적 자본은 물적 자본, 인적 자본에 뒤이어 지속가능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고 있으며, 사회적 자본이 잘 확충된 나라일수록 국민들 상호간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그리고 이를 보장하는 법제도가 잘 구축돼 있어 거래비용이나 갈등조정비용이 줄어들고 효율성은 높아지고, 따라서 생산성이 올라가고 국민소득도 높아지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회적 자본의 확충 여부는 지속가능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관건이라 할 것이다.

신뢰와 타협, 협력을 핵심요소로 하는 사회적 자본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사회적 과정 및 그 결과 등을 예측할 수 있어야 상대방 등을 신뢰할 수 있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타협과 협력이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해야 하며, 결과가 정의로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법과 그 집행, 그리고 행정과 사회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자본으로서 신뢰와 타협, 협력을 위해서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 즉 인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제로섬 경쟁이 가속화되는 수축사회로 갈수록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족, 동료 등 누구든지 예외 없이 약자가 될 수 있고, 소수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결국 인권의식 함양 및 인권을 위한 노력과 제도들은 사회적 자본으로서 우리 및 우리 사회의 든든한 지지기반 및 방어막이 되어줄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수축사회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며, 사회적 자본을 공고히 해야만 이를 이겨내고, 다시 팽창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과 여건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자본 중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상층부 중심에 두어야 하는 가치는 인권이 되어야 한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인권이냐가 아니라 앞으로는 (수축사회에서는) 제대로 먹고 살기 위해 인권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 소수자만의 인권이란 생각을 버리고, 우리와 우리 미래세대, 그리고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한 인권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윤대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