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사태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치사율은 사스바이러스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확진자 수는 이미 사스를 넘어섰고, 무증상자에게서도 전파가 가능할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파속도는 사스를 능가하며 어마어마하다. 자칫하면 지역사회로 확산되어 통제가 불가능할 수 있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인천시도 경제대책반을 가동, 피해접수를 받고 물가안정·상권보호·불공정 거래 감시 등에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PHEIC)를 선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인간 대 인간 간의 2차 감염환자가 발생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러지 및 감염병 연구소(NIAID)는 '잠복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만큼 전염성이 강해 지역사회 감염이 어떻게 확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경제교역, 국가간 여행이 늘어나 질병의 양상도 크게 변화되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변화가 사스, 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글로벌 유행병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대한민국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등이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종이 빠르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을 만드는데도 몇 년이 걸려 예방백신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2003년 사스 유행 당시 중국에서는 5300여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336명이 숨졌다. 2015년 메르스는 2015년 5월20일 첫 환자가 확진되면서 발발한 이후 우리사회에서 총 186명의 환자가 보고되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사스의 치사율을 14~15%, 메르스의 치사율을 35%까지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은 이제까지 파악된 사망자만 보더라도 사망률은 1~2%에 머물러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사스에 의한 사망자를 살펴보면, 노약자나 기존의 폐질환이나 심장질환, 또는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스도 병원내 감염이 대부분이였으며, 기존 질환자들이 주로 이러한 글로벌 유행병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인천시는 우리나라의 관문인 인천공항이 있으며, 국제교류가 어느 도시보다 활발한 도시이다. 우리나라와 교역량이 가장 많은 중국과도 인접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천시는 여러 형태의 글로벌 유행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어느도시보다도 높다. 하지만, 음압병동을 갖춘 공공병원은 하나밖에 없으며, 다른 도시에 견주어 보아도 공공의료 인프라는 취약한 실정이다.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의하면, 인천은 7개 특·광역시 중 인구 10만명당 전체사망률 3위, 고혈압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2위, 자살사망률 2위, 허혈성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4위 등으로 높다. 또 흡연율, 비만율, 고위험 음주율은 1위지만 신체활동률과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률은 6위로 매우 낮다.
전체 인구중 건강취약군으로 분류될 수 있는 집단이 많은 까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되면,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는 여지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유행병의 관리에도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관리와 사전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도 아프게 되면 가장 취약한 곳이 드러난다. 글로벌 유행병으로 우리 사회의 긴장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인천시의 공공의료, 공중보건 및 일차의료의 취약함을 절박하게 느끼게 된다. 평소에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긴급 사태를 접하고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세계화가 더 진행되면서 글로벌 유행병이 빈번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제적으로 질병 예방 인프라를 구축해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권역별 공공의료 병원 건립 계획을 빨리 확정짓고, 공중보건과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선진국가로서 방역체계, 공중보건과 일차의료체계를 잘 구축해 놓으면 위기를 슬기롭게 이길 수 있어 아시아와 국제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1주일~10일이 고비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하고 시민들의 건강 보호와 선제적인 질병 예방을 위해 공공의료 및 공중보건·일차의료 분야에서 인천시가 전향적인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교수·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