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신평동·장항동·송포동에 걸쳐 있는 장항습지는 지난 2006년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한강하구에 이동하는 물새 서식처이자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재두루미와 저어새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해마다 3만여 마리의 물새가 도래·서식한다. 생태적으로 람사르습지 등록을 위한 기준을 충족한다는 평가다. 환경부는 장항습지의 람사르 협약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생태계 보고인 장항습지를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습지이자, 이동성 물새 서식처로 가꿔나가겠다는 게 환경부와 고양시의 계획이다.

하지만 람사르 협약 등재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한강하구의 역사와 생태 환경을 왜곡하는 데다 성과에만 집착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게 주요 반대 이유다. 김포지역 4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한강살리기시민연대'는 환경부의 장항습지 람사르 등재 추진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강하구 일부 습지를 람사르에 등재하면, 습지보전이 아니라 한강하구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역사·문화·생활을 훼손·단절시킨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 환경단체가 추진해온 한강하구 습지보전 활동과 인식 운동을 무시한 채 찬성지역만 등재하려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입장이다.

'람사르 협약'은 1971년 이란 람사르에 18개국 대표자가 모여 체결한 국제습지보호조약으로 1975년 12월에 발효됐다. 이 협약은 희귀하거나 독특한 습지 유형을 포함하는 지역 또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선정한다. 우리나라에선 1997년 람사르 협약 가입 이후 현재 23곳이 람사르습지로 등재돼 있다.

이렇게 높은 가치를 띤 협약 등재를 독단적으로 결정해선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 간의 갈등과 반목을 부추긴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을 들을 게 뻔하다. 지역에 대한 인식 개선 사업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강화군·김포·파주·고양시 구간의 한강하구가 정부로부터 '최대 내·륙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이들 지자체와의 협력·협조가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람사르습지 등재의 의미를 더할 수 있다. 장항습지를 보전하고 활용할 수 있는 관계 당국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