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려고 만든 국가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최상급 격리관찰시설인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를 지어놓고도 그 구실을 축소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감염병 방어벽' 역할을 수행하기는커녕 지금으로선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는 사스(SARS)나 신종플루 등 법정감염병이 유행할 때 입국하는 의심사례자를 떼어놓을 수 있는 국가격리시설을 지난 2011년 마련했다. 그럼에도 시설을 제때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는 인천국제공항 내·외국인 입국자의 전염병 감염환자를 격리해 치료하는 시설이다. 응급병실이 있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소속으로, 중구 운서동 국제업무단지 근처에 위치한다. 지상 4층에 연면적 3873㎡인 센터는 대규모 격리 대상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감염병 대책 중앙지휘본부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 총 116억여원의 국비를 투입했으며, 국내 최대 규모 음압격리실(50병상)과 원격 진료 기능을 갖췄다. 국가격리시설이라는 목적에 맞도록 쓰인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그 기능을 제때 발휘하지 못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작한 매뉴얼을 보면, 격리자가 발생하면 검역소장이 총괄 지휘하고 검역소 직원들은 운영총괄팀·격리관찰팀·환자이송팀으로 역할을 나눠 격리시설을 운영하게 된다. 격리자가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으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된다.

하지만 검역소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9일째인 1월28일에서야 센터를 가동했다고 한다. 의심환자와 밀접 접촉자보다 발병 위험성이 떨어지는 대상을 위주로 격리시설을 운영하며 스스로 센터 활용도를 낮췄다는 지적이다.

센터는 설립 목적대로 기능을 펼쳐야 한다. 지역 사회에선 해외 유입 감염병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국가적 인프라로 작용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센터는 이번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 활용하라고 만들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에 소홀한 일은 전형적인 혈세 낭비 행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