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로 대체해 공개했다. 해를 넘기는 시점에 전원회의를 소집함으로써 이제까지의 신년사가 보도를 통한 방향제시가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이행할 과업을 결정하고 지시함으로써 2020년이 여러 측면에서 엄중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전원회의 키워드는 장기전을 대비한 정면 돌파다. 앞으로는 자신들의 의지대로 '자기의 길'을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개발 5개년 전략 성과가 불투명한 원인을 미국과 우리 정부에 돌리고 정면 돌파의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의 위기를 반전시킨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 복원을 언급했고 그해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조건이 마련되는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재개를 천명했었다. 그리고 북미회담 분위기가 고조되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조건과 대가 없는 개성공단, 금강산 재개를 밝혔었다. 워킹그룹이 만들어져 스티브 비건이 날아오는 시점부터 개성공단 비대위는 정부, 국회, 시민단체, 언론 등에 끊임없이 북미대화와는 별개로 남북간 관계 개선과 유지를 위해 개성공단 시설물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한 바 있다. 그 당시에는 북한도 호응해 3일간의 방북 시간표까지 나왔으나 결국 남북관계가 북미협상보다 먼저 나가서는 안된다는 미국의 주장에 우리 정부가 잠시 보류라는 이유로 불발되고 말았다. 그리고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9번째 방북신청을 우리 정부가 승인했지만 이번에는 북한에서 지금까지 아무 대답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의 요지이고 우리 정부의 2020년 대북정책 기조이다. 문 대통령께서는 지난해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남북대화보다는 북미협상에 우선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남북관계는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주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하셨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선적으로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금강산 개별관광,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한 공동 등재, 도쿄 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및 단일팀 구성과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추진, 스포츠 교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우선 요즘 화두가 되고 있듯이 정부가 북한 개별 관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 변화가 지난해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막혀 있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라고 했음에도 남한 국민의 개별 관광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우리정부의 의지가 북한의 무응답으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별 관광은 대북 제재에 저촉이 안되고 대북 정책이 주권 사항이라면 과거야 차치하고서라도 지금부터라도 북한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과거에 해 왔던 3대 경협 사업을 우선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먼저 개성공단은 석유·유화원료 반입 금지, 둘째, 섬유·봉제류 반출금지, 마지막으로 금융기관 공단 내 설치금지 조항만 피하면 유엔 안보리 제재를 비껴갈 수 있다는 해석이 이미 나왔고 공단 재개 시 운용 방법 또한 교감한 바 있다. 금강산 관광은 벌크 캐쉬(북한에 대량 현금 유입) 피하고 단체관광 아닌 개별관광으로 가능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금강산 방문과 남북 공동 해맞이 행사도 한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특별 수행원으로 평양 방문 했을 때 북측 모 인사가 개성공단은 북측 자체적으로 시설물 관리도 하고 있으니 언제든 들어오라, 문 활짝 열어 놓았는데 왜 못 들어오는가? 그 당시 고위급 회담에서 여러 차례 개성공단 언급 했음에도 남측에서는 보도조차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금강산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내부적으로 무료 관광 계획까지 있다고 내게 언질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도로·철도 사업은 그나마 그해 연말에 착수식을 했고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철도 제재면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이 관심 있는 분야를 갖고 대북정책은 주권 사항임을 주장할 때 남북관계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이상의 3대 사업은 현 정부 출범부터 추진한 것이기에 우선적이어야 한다.

이제 다음 주 2월10일이 개성공단 폐쇄 4년이다. 현 정부의 희망고문이 우리 입주기업에게는 더 아픈 현실임을 우리 정부는 재인식하고 대북정책의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이사·인하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