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수요에 성장한 업계
메르스·사드 연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악재'


설 연휴였던 지난 25일 저녁. 수인선 호구포역 근처 한 치킨집에선 중국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 치킨집은 호구포역부터 인천논현역, 소래포구역 따라 줄지어 선 호텔에서 묵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치맥(치킨+맥주)을 즐기기 위해 많이 찾기로 유명한 곳이다.

치킨집 사장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국내에서 확산하는 시기가 하필 중국 설인 춘제와 맞물리면서 기대했던 특수는 사라졌다"며 "주변 호텔들과 일부 식당들은 중국인 관광객 빠지면 생존하기 힘들다. 사드 이후 급감했던 중국인 여행객이 되살아나고 있는 마당에 악재를 만났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일주일 사이에 국내로 입국한 중국인이 30% 가까이 급감했다. 한국 단체 관광 취소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 만큼 중국인 입국자 감소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중국인 관광객 수요를 자양분 삼아 최근 몇 년 동안 인천에서 두 배 가까이 숫자가 늘어난 호텔 업계에 새해부터 또다시 '중국 리스크' 그늘이 드리우는 셈이다.

한국호텔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86곳에 그치던 인천지역 호텔업체들은 2018년 145곳으로 4년 새 68.6%(59곳) 증가세를 보였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인천과 같은 업계 성장 폭은 같은 기간 호텔 수가 62곳에서 248곳으로 뛴 전남 말고는 찾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인천국제공항 인접 지역', '서울과 접근성', '중국인 단체 관광객' 3개 요소가 인천지역 호텔 확대를 부추겼다고 설명한다.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 호텔 이용료가 치솟는 상황에서 인천만한 대체 지역이 없다는 것이다.

인천 중구 한 호텔 관계자는 "패키지여행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요즘 합리적인 관광 비용 지출이 중요 항목으로 여겨지는데 그 중 까다롭게 보는 게 숙박료"라며 "서울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인 숙박 요금에 인천공항이 코앞이고 서울까지 대절한 버스로 1시간 이내면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니까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을 노리고 호텔들이 속속 진입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난 2015년 메르스, 2017년 사드(THAAD·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2년에 한 번꼴로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줄어들면서 생존을 걱정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수인선 인근 남동구 호텔 중에서 규모 있는 곳들도 최근 사업자가 바뀌는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송도 국제도시에 위치한 한 해외 체인도 곧 물러날 거란 소문도 들린다"며 "호텔 공급이 늘어난 만큼 수요도 유지돼야 하는데 이 수요를 중국인 관광객에만 기대다 보면 이번과 같은 리스크마다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