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은 국가관문공항으로 대한민국과 전 세계를 잇는 길목이다. 이번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의 유입 경로이기도 했다. 국가 검역활동의 최일선을 맡고 있는 인천공항에는 그래서 막대한 전문 인력과 방역 예산이 투입된다. 그런데도 이번 감염병 사태를 맞아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천공항 바로 곁에 설립해 놓은 감염병 국가 격리시설은 아무런 구실도 못했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남서쪽 1㎞ 거리에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가 있다.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당시 공항 검역 과정에서 의심 환자나 감염 우려가 있는 근접자들을 일정 기간 격리·관찰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건립이 추진됐다. 3873㎡ 규모, 지상 4층 건물로 66억원을 들여 2011년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21개의 개별관찰실과 1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가변관찰실, 검사실, 의료지원실 등이 갖춰져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50병상의 음압격리실도 추가됐다.

그러나 우한 폐렴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했던 설 연휴 기간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는 '휴업' 상태였다고 한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지 9일째인 28일이 돼서야 격리자들을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측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전역에서 온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를 의무화하면서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되는 조사 대상 유증상자나 의사환자(의심환자)와 무증상자 사이에 있는 대상자들을 꼼꼼히 살펴보기 위해 비로소 가동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감염병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감염병 대책 중앙지휘본부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진 국가 최상급 격리시설이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국 우한시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교민들의 수용시설 후보지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처럼 치료약이 없는 신종 감염병은 앞으로도 늘어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차단해야 할 최일선의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최상급 격리시설인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의 당초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