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보잉 항공회사를 처음 방문했던 것은 1965년도 대학졸업반 때였다. 미국 정부 초청으로 각지를 순방할 때 본 모든 것이 규모가 크고 세계 첨단인 것들이었다. 당시에는 항공기 제작회사로 보잉 말고도 더글러스와 록히드사 등 여러 회사가 있었지만 단연 보잉이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기 제작회사였다. 1958년에 개발되어 지구 곳곳을 누비던 B707 여러 대가 조립되고 있는 현장을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국력을 실감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2018년도에 다시 찾아간 보잉은 엄청나게 변해 있었다. 그동안 여타 민간 항공기 제작회사를 합병하여 프랑스의 에어버스와 세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보잉에서는 B787 드림라이너 같은 신형기들을 조립하고 있었고, 공장 규모와 설비 등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보였다. 다른 쪽에서 B737 Max를 여러 대 조립하고 있는 곳을 안내하던 보잉사 직원은 미래의 항공기 시장은 초대형기보다는 중대형기들이 석권할 것 같다고 했다. ▶1916년 창립 이후 1, 2차 세계대전의 호황과 우주개발에도 참여하면서 65개국에서 17만여명을 고용하며 승승장구하던 보잉사는 지난해 B737 Max의 연달은 사고로 346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에서는 전 세계 항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B737 Max의 운항을 중지시키고 사고원인을 분석한 결과 설계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음을 밝혀냈다. ▶보잉사에서도 심도 있는 자체 조사를 통해 117페이지에 달하는 1차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대해진 조직 내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고, 설계 결함에 대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묵살된 정황도 드러났다. B737 Max는 웃기는 비행기 같다는 말까지 내부적으로 있었으나 독과점기업의 안일한 조직 분위기에 묻히고 말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거대 독점기업의 안일한 조직 분위기가 사고를 자초했다는 반성이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들이 주인이 바뀌고 경영권을 두고 가족들 간의 불화가 표면화되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 편의 항공기가 수만 명의 승객을 태우고 이륙하고 착륙하는데 안전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고 엄격하게 감독하고 주시하고 있는지 불안한 생각이 든다. 정부당국은 물론 언론에서도 경영권 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보도하기보다 항공회사 내부 관리, 특히 안전에 관련된 분야를 보다 세세히 점검하고 제대로 감독하는 데 관심을 집중해야 될 중차대한 시점이다.

언론인 신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