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상가연합회, 합의...'조례 논의' 명시해 재충돌 불 보듯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을 놓고 마찰을 빚었던 인천시와 지하도상가연합회가 '상생협의회' 구성에 합의했다.

인천시의회 본회의와 인현지하도상가 계약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가까스로 타결됐지만, 조례 개정을 양측이 합의하도록 명시했다는 점에서 '임시 봉합'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상위법과 충돌하는 조례 개정을 감사원이 주문한 상황에서 갈등의 불씨를 남긴 것이다.

인천시는 29일 박남춘 시장과 반동문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 이사장이 상생협의회 구성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5개 조항으로 이뤄진 합의문에서 양측은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와 규칙 및 법률 제도적 보완 제안과 상가 상생 발전을 위한 종합지원대책 합의를 목적으로 한다"고 못박았다.

지난 2007년 정부의 개정 권고 이후 지난해 감사원이 지적하기까지 십수 년간 진통을 겪었던 조례 개정을 상가 측과 합의하도록 전제한 셈이다.

이번 합의는 31일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본회의 안건으로는 시가 내놓은 조례 개정안 재의요구안이 상정된 상태다.

재의요구안은 지난달 시의회가 법 테두리를 대폭 벗어나는 내용으로 수정가결한 조례 개정안을 무효화하는 성격을 띤다.

재의요구안에 이어 의장 직권상정으로 지하도상가 후속 조례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재의 안건만 통과되면 인현지하도상가는 사흘 뒤 피해 대책 없이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조례안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3개 지하도상가 영업 기간만 연장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직영 2개를 제외하고 현행법에 어긋나게 민간 재위탁된 나머지 10개 상가에 적용될 조례는 또 다시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협의회를 거쳐야 조례를 개정할 수 있도록 정한 이번 합의로 갈등은 되풀이될 전망이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전체 상가를 대상으로 하는 조례 개정 과정에서 시가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끌려다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반년 넘게 운영된 시민협의회도 상가 측이 '2037년까지 계약 일괄 연장' 등을 요구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선례가 있다.

박남춘 시장은 이날 "협의회에 다양한 구성원을 모시고 법률 보완사항, 지원대책 등을 마련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서로 주장만 해선 안 된다. 경청하고 숙의해 답을 구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