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불과 1㎞ 거리에 최상급 국가격리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해외 감염병이 국내에 유입될 경우 의심 사례자나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들을 대규모 격리 수용하거나 비상 시 감염병 대책 컨트롤타워를 수행하려고 만든 시설인데, 검역당국은 국내 첫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시설을 본격 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19면
29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인천공항검역소에 따르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남서쪽 1㎞ 부근에 위치한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는 3873㎡ 규모의 지상 4층 건물로 2011년 66억여원을 들여 준공됐다.
정부는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당시 공항 검역 과정에서 의심환자나 감염 우려가 있는 근접자들을 일정 기간 격리·관찰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감염병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83명이 이 시설에서 격리 생활을 하기도 했다.
개별관찰실(21실)과 가변관찰실(100명 수용), 검사실, 의료지원실 등을 갖췄던 내부도 메르스 사태 이후 음압격리실 50병상으로 보완됐다.
인천지역에서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갖춘 병원은 인천의료원과 가천대 길병원, 인하대병원으로 총 음압병상 수는 16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한 폐렴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한 설 연휴 기간 센터는 '임시 휴업'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9일째인 28일이 돼서야 격리자들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김상희 인천공항검역소장은 "최근 인천공항에서 중국 전역에서 온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 조사를 의무화하면서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되는) 조사대상 유증상자나 의사환자(의심환자)와 무증상자 사이에 있는 대상자들을 꼼꼼히 살펴보기 위해 전날부터 센터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애매한 증상을 보이는 입국자가 능동감시자인지 자가 격리 대상인지를 한 번 더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센터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감염병 대책 중앙지휘본부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격리자가 발생했을 때에만 검역소 직원들이 돌아가며 센터에서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격리자의 검체를 채취할 수 있지만 우한 폐렴 확진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30일부터 이틀간 중국 우한시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교민들의 수용시설로 거론조차 되지 않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유입 차단 기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우한 폐렴 사태와 같은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활용하라고 만든 게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라며 "정부가 센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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