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초기대처 실패 교훈삼아
정보 공유·음압병실 확대
신종코로나 대응매뉴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5년 전 평택시가 발간한 메르스 백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진원지였던 평택시가 발간한 메르스 백서가 현재 진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대응 매뉴얼이 되고 있다.

29일 시에 따르면 2015년 5월20일 평택시 한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로 처음 확인됐다.

메르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주로 비말(기침·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 등의 작은 물방울)을 통해 공기 중으로 전파돼 감염된다. 치사율이 20~40%로 매우 높다. 이후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기까지 62일 동안 평택시에만 감염자가 34명, 이중 사망자 4명, 자가 격리자 1810명, 능동관리 대상자 1363명에 달했다.

당시 지역 중소기업과 전통시장 매출이 메르스 사태 이전 대비 50% 이상 감소하는 등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시는 메르스 관련 예산만 279억원을 사용했다.

시는 2015년 12월 재발 방지를 위해 메르스 사태 당시 방역에 활동했던 의료진과 공무원, 환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291쪽 분량의 메르스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선 초기 대응 실패로 환자와 이동경로 미공개, 역학조사 미흡, 의료인 자가격리에 따른 환자 이송 계획 부재, 방역 당국 간 환자와 접촉자 정보를 상호 미공유 등을 꼽았다.

백서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유사시 선제 대응을 위한 매뉴얼 작성, 실제적 가상훈련, (가칭)국립평택의료원 설립, 음압병실 설치 확대, 자가 격리자 관리방안 개선, 관리 대상자 전산관리와 방역당국간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이후 시는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는 한편 보건소내 감염병 관리팀을 신설했다. 음압병실도 성모병원와 굿모닝병원에 4개실을 확대 설치했다. 반면 메르스 사태 당시 평택시를 방문했던 중앙 정치인이 지원을 약속한 감염병 관리센터가 있는 (가칭)국립평택의료원 설립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7일 중국 우한시를 지난 5~20일 방문했던 평택시 거주자 송모(56)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송씨는 귀국 이후 공항버스와 택시로 이동하고 감기 증세로 한 의원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밀접 접촉자가 32명, 일상 접촉자가 64명에 달했다.

시는 메르스 사태와 달리 대응 매뉴얼에 따라 지난 25일 송씨가 방문했던 의원으로부터 의심신고를 받고 바로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다음날 26일 송씨를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해 격리 치료에 들어갔다. 이어 확진 판정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송씨 신상과 이동 경로를 공개하고 지역사회 밀접 접촉자 32명을 자가 격리했다. 일상 접촉자 64명에 대해선 매일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시 방역당국은 송씨가 방문한 의원을 임시폐쇄 조치했다.

시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이후 백서를 발간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만약의 사태에 대해 준비해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이후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고 있으며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택=김기원·오원석 기자 1kkw51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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