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는 간데없고 편견만 넘실거려
▲ 29일 오전 중구 차이나타운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지역 사회에 중국을 꺼리는 정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무조건 기피하고 배척하기보다는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감염 예방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오전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거리는 평소와 다르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북적거려야 할 중국 음식점은 텅 비어 있었고 노점상 몇 곳은 문이 닫혔다. 평일에도 줄이 길었던 상점들 역시 썰렁했다.

차이나타운 상인들은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24일부터 관광객과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날 차이나타운에서 일부 외국 관광객이 눈에 띄긴 했지만 내국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차이나타운에는 중국인이 많을 것이라는 오해와 편견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20년째 차이나타운에서 상점을 운영 중인 A(60)씨는 "차이나타운은 중국이라는 이미지의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방문객이 급격히 줄어든 게 아닌가 싶다"며 "오늘도 일부러 늦게 문을 열었는데 매출이 평소의 절반도 안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차이나타운에서 유명한 중국 음식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한 음식점의 주차 관리인은 "차이나타운은 중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장소"라며 "우한 폐렴 사태로 차이나타운의 침체기가 길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차이나타운과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중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국어마을'은 최근 체험 예약이 취소됐다고 했다. 지역 맘카페 등에는 중국인과 다문화가정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지 고민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올 정도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중국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될 뿐 아니라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글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감이 집단적인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차태근 인하대 중국학과 교수는 "근거 없는 정보가 더해져 배척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사회적인 불안감만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국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로 보고 서로 협력하며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