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월은 분주하다. 계획 세우고 실행 채비 하느라 몸과 마음은 으레 따로 놀게 마련이다. 경자년 새해는 유독 남다른 편이다. 벽두부터 나라 안팎에서 커다란 사건이 잇따랐다.


먼저 해외에서는 지난 3일 미국이 이란의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양국이 무력충돌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세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했다. 2018년 7월 미국이 관세공격에 나선지 18개월 만에 세계 경제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국내에서는 연말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공전하던 198개 민생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또 지난해 12월30일 공수처법에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까지 통과돼 검찰개혁 입법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의 새해도 한 달여가 지나버렸다. 이 기간 동안 인천일보는 의미있는 시리즈 기사를 선보였다. 5회에 걸친 연속기획 '인천, 서울의 그늘 언제까지'는 서울과 경기도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린 인천을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연속기획은 위축된 인천의 비상구를 새로운 성장동력에서 찾았다. 성장동력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우수 인재 유출을 막는 선순환 산업 생태계 조성의 매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인천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1월을 달군 박남춘 인천시장의 새해 시정운영 방향에서 찾아보았다.

인천시 새해 시정운영 방향은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대안 마련 등 현안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 무엇보다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이니 당연한 일이다.

현안 못지않게 힘주어 강조한 분야가 인프라 사업이다. 신항·북항 개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와 제2 경인전철 등 광역교통망과 대규모 인프라를 강조했다. 복지, 문화, 전략산업·일자리 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인천시가 대형 인프라 사업을 지역경제의 견인 지렛대로 삼았다는 방증이다.

인천의 성장동력은 무엇일까. 공항과 항만일까. 엄밀하게 말하면 공항과 항만은 국가 인프라 아닌가. 공항과 항만 정책을 인천시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게 현실이 아닌가. 상황이 이러니 공항과 항만이 인천의 성장동력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인천은 심각한 경기침체 늪에 빠져 있다. 인천의 지난해 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공항과 항만은 그 자리에 있다. 공항과 항만 사정이 예전보다 못해 인천 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공항과 항만이 인천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미래 성장동력과는 다른 문제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가르쳐 주지 않았는가.

인천이 미래 성장동력을 갖추려면 주력산업을 키워야 한다. 주력산업은 산업간 직간접적으로 유발효과가 큰 핵심기술 및 주요 중간재 산업이다. 지금 인천은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가 위기를 맞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주력산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우수 인재 유출은 불가피한 일이다. 서울과 경기도 사이에 낀 '너트크래커 신세'를 벗어나려면 인천시의 역량을 주력산업 키우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인천시는 송도에 바이오헬스밸리를, 남동공단을 스마트산단으로 조성하겠다고 한다. 세부 전략을 알차게 채워 성과를 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새해 시정운영 방향에서 주력산업 육성은 뒷전이다. 대규모 인프라에 역점을 두다 보면 주력산업 육성은 찬밥을 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수도권에 위치한 인천시는 다른 시·도가 부러워하는 최고 수준의 국제공항과 항만을 끼고 있다.
그러나 공항과 항만을 너무 믿어서일까. 정작 차세대 주력산업 육성은 소홀하다. 인천시 새해 시정운영 방향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