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털 뉴스 검색 10위 안에 드는 기사 가운데 가장 빈도가 잦은 것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데 조회수가 엄청나다. 문제의 정곡을 찌르면서도 직설적인 화법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매섭기 그지없어 웬만한 내공이 없이는 그를 당해내지 못한다.

소설가 공지영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를 놓고 진중권과 '저잣거리 공방'을 벌였으나, 이내 "진중권 비난에 소름 돋는다. 이제 그를 언급하지 않겠다"며 항복(?) 선언을 했다. 그런데도 며칠 후 "왜 남(조국)의 가정을 자기(공지영)가 지키냐"며 후속타까지 날렸다. 진 전 교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야,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걸리면 (그의 표현 방식을 빌리면) '작살을 낸다'.

진중권의 글에 속시원해 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진보를 가장한 부패세력을 비판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진중권이 해내고 있다는 칭송도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사용하는 용어가 너무 거칠고 가벼워 취지를 바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최근 "문빠들은 집단 속 승냥이, 뇌 없이 떼지어 다니는 좀비", "검찰 너희들, 앞으로 우리 범털들(친문) 해드시는 거 절대 건드리지 말고, 저 밑으로 내려가 개털들이나 잡으라는 뜻"이라고 썼다. 이런 글도 있었다. "똥개냐? 집앞에서 싸우게". 4·15총선에 고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독설의 대가인 홍준표조차 대꾸하지 않았다. 설 연휴에도 쉬지를 않았다. "(임종석은) 조국 털리는 거 보고 지레 겁나서 도망간 거다. 구멍에 숨었다가 솔개 지나가니 다시 구멍 밖 세계가 그리워진 것", "(민주당이) 꼴통스러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꼴통스러운 지지자들을 다져 놓는 꼴통스런 전략을 쓴다"고 했다.

28일에는 민주당이 영입하려 했으나 스스로 포기한 원종건씨와 관련, "너희 중에서 위선 안 떨어본 놈 나와 봐, 이 친구(원종건) 제2의 조국, 조국 주니어"라는 글을 올렸다.

독한 말이나 글은 중독성이 있다. 한번 구사하기 시작하면 자꾸 강도가 더해져야 직성이 풀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개 그 끝에는 화가 기다리고 있다. 설화(舌禍) 또는 필화(筆禍)일 것이다. 무엇이 더 무거운가를 굳이 따지면 후자다. 기록에 남아 훗날에 더 가혹한 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을 지나치게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것을 '폄훼(貶毁)'라고 한다. 당연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남을 비판하더라도 최소한의 품위는 지켜야 한다'는 말도 수년째 나돌고 있지 않은가.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