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김종찬 의원 발의 지원안 입법예고 … 2년 만에 조례제정 추진
경기도의회가 주한미군 기지촌 여성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에 다시 나섰다.

앞서 사법부는 2018년 국가가 '군사동맹·외화획득'을 위해 미군 기지촌을 운영·관리하면서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정당화하거나 조장했다고 인정한 판결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명예회복과 생활지원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도내 시민사회단체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조례 제정에 앞장섰다.

27일 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김종찬(민주당·안양2) 의원이 낸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은 경기지사가 도내 주한미군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원 범위와 방식, 지원 대상자 선정, 실태조사 등을 위해 '경기도 기지촌 여성지원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지원 대상은 도내 기지촌 여성 중 경기도에 주민등록을 두고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 경기도 기지촌 여성지원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결정된 사람으로 했다.

지원 내용은 임대보증금, 임대주택의 우선 공급 등 주거 지원, 생활 안정 지원금·의료급여·장례비·간병인 지원 등이다.

이밖에 기지촌 여성의 복지 향상과 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 등에 사업비를 보조하거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2018년 '국가의 미군 기지촌 성매매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기지촌 여성 피해자들은 '성매매'뿐 아니라 '성병 관리'를 내세운 강제 격리수용의 이중 고통에 시달린 이후 2014년 6월에야 국가의 사과를 받고 책임을 묻기 위해 법원에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재판부는 '군사동맹, 외화획득'을 위해 국가가 기지촌을 운영·관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공문 등에 비춰보면 (국가가) 기지촌 위안부들에게 외국군을 상대로 한 '친절한 서비스', 즉 외국군이 안심하고 기지촌 위안부들과 기분 좋게 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외국군을 상대로 한 성매매를 요구하고, 이를 통해 외국군들의 '사기를 진작·양양'함으로써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군사동맹 유지에 기여하는 한편 외화획득과 같은 경제적 목적에 위안부들을 동원하겠다는 의도나 목적으로 기지촌을 운영·관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가 전국 기지촌을 운영·관리하는 과정에서 영업시설 개선, 애국 교육, 위법한 성병 치료 등으로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조장·정당화해 인권존중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기지촌 내 성매매를 방치·묵인하거나 기지촌의 운영·관리를 위해 최소한도로 개입·관리한 데 그치지 않고 위안부들을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자'라고 치켜세우는 등의 애국 교육을 통해 기지촌 내 성매매 행위를 능동적·적극적으로 조장·정당화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국가는 성병 치료를 내세워 '토벌(단속)'이나 '컨택(성병에 걸린 외국군이 지목하면 수용소로 끌고 감)' 등으로 기지촌 위안부들을 '낙검자수용소' 같은 강제 수용시설에 격리수용하거나 신체적 부작용이 클 수 있는 페니실린을 무차별적으로 투여해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했다"며 "위법한 성병 치료가 적극적인 성매매 정당화·조장행위와 동전의 양면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례 제정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도내 시민사회단체는 기지촌 여성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을 끊임없이 요구해 2014년과 2018년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안이 경기도의회에 발의됐으나 내부 이견과 도 반대 등으로 논란을 빚다 각각 8·9대 도의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되는 등 무산됐다.

도의회는 이달 30일까지 이 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받은 뒤 이르면 2월 회기에 상정, 심의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기지촌 여성 상당수가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생계가 어렵다고 한다"며 "도내 지원 대상은 100∼300명으로 추산하는데 이번 조례안에 대한 의회 내부 공감대가 형성돼 늦어도 4월까지는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