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설 명절 기간에도 국내에서 네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국민들은 걱정으로 명절을 보내야 했다. 설 명절에도 문을 연 병원에는 명절 후유증으로 감기 몸살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까지 몰렸다고 한다. 문제는 초동대처다. 우리사회는 이미 메르스 파동을 겪으면서 갖가지 감염병 대책을 마련했다. 광역지자체별로 역학조사관을 두고, 주요 병원에 감압병상을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염병은 예고가 없다. 아무리 철저한 대응태세를 마련해도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경기도는 감염병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1월 전국 최초로 역학조사관을 채용하기도 했다. 역학조사관은 모두 6명이지만 이중 공중보건의 2명, 간호사 2명, 일반 의사 1명 등 5명은 수습역학조사관이다. 전문 역학조사관은 1명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감염병 의심 사례가 도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경기도의 역학조사관만으로 상황발생을 조기에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일 화성시 보건소가 우한 폐렴 의심 환자에 대해 신고를 접수받아 질병관리본부와 경기도에 첫 보고를 했지만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환자를 격리병동으로 이송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학조사관을 채용할 수 있는 권한을 지방에도 내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 역학조사관 1명이 관리해야 할 도내 의료기관만 1만개가 넘는 상황에서 감염병이 확산될 경우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이미 수원시는 2018년 '감염병 발생 시 대부분 유선으로 조언을 받아 신속성이 떨어진다', '감염병이 갈수록 증가하고 다양해져 역학 조사관 확보가 필수다'라는 의견으로 시·군에 역학조사관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시·군에 역학조사관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인정했지만 법령개정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군에 전문 역학조사관을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관건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메르스 파동을 겪으면서 배우지 않았는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