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鯨戰蝦死(경전하사)' 강자끼리 싸우는 틈에 끼여 약자가 아무 상관 없이 화를 입는다는 말이다.
고양시가 이달 초 단행한 상반기 승진·전보인사를 놓고 불거진 고양시의회와의 충돌 양상이 장기화하면서 경전하사 격으로 치닫고 있다. 정기인사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고양시장과 고양시의장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사를 둘러싼 파국 사태는 이렇다. 고양시는 지난해 말 명퇴로 공석인 시의회 사무국장 등 일부 간부급 승진인사를 위해 이달 2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4급(서기관) 4명을 승진, 의결했다. 하지만 집행부의 승진인사 결정에 시의회 의장은 의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발끈했다.

시의회 의장은 연초 정기인사에 앞서 집행부에 공석인 의회 사무국장(4급)을 내부 의정담당관(5급)의 승진·발탁을 협의 요청했는데도 한 마디로 묵살했다는 것이다. 이에 시의회는 의정담당관을 승진·발령내지 않을 시 의회 사무국장을 공석으로 두는 한이 있어도 다른 간부는 절대 받지 않겠다며 집행부를 압박했다.
양 수장의 팽팽한 신경전이 깊어지면서 의회 사무국장은 결국 공석에 사무국 직원은 전·출입 차단 등 승진·전보를 위한 후속인사도 전혀 못하고 있다. 시는 즉각 시의회를 방문, 승진인사 결정 과정과 배경 등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이견을 좁히질 못했다. 고양시는 지난해 정기인사부터 명퇴 1년을 앞둔 5급은 4급 승진에서 배제한 사례 등을 들어 의정담당관은 오는 6월 말 명퇴여서 직원 간 형평성을 고려, 승진은 불가하다고 했다.

이처럼 시장과 시의회간 한 치 양보 없는 고래 싸움에 애꿎은 직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새해 초 일찌감치 정기인사를 끝낸 고양시로서는 반쪽짜리 인사에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등 답답한 입장이고, 시의회는 4·15 총선 지원에 7월 초 출범을 앞둔 하반기 원 구성 등 시간이 많지 않다.

응급 환자를 구할 때도 골든타임이 있듯 고양시와 시의회 간 타협점을 찾을 시기는 6주간의 5급(사무관) 교육을 마치고 복귀하는 다음달 14일 전후가 골든타임이다. 시도 교육생 복귀 시기에 맞춰 소폭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시의회가 이때까지 의회 사무국장에 대한 협의, 요청을 집행부에 요구치 않을 시 7월 하반기 정기인사로 갈 수밖에 없는 대혼란과 함께 직원들의 불만도 염려스럽다. 시의회 의장은 최근 열린 임시회에서 고양시 정기인사 파행과 관련 "집행부에 유감 표시와 의회 무시 결과"라고 발언하는 등 타협보다는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반쪽으로 끝난 시장과 의장 간 인사 논쟁에 청내는 물론 외부인들도 "타 당도 아니고 같은 민주당끼리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비아냥대는 등 모양새도 구기고 있다. 양대 축을 움직이는 시장과 의장 간 장기적 불협화음은 106만 시민들에게 안정보다는 불안감만 줄 뿐이다.

고양시 한 간부는 "특정인 승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불가 사유를 충분히 설명했으나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다른 타협안을 고양시의회가 제시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집채보다 더 큰 고래 싸움에 주변의 작은 새우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양 수장의 빠른 협치·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말이다.

김재영 경기북부취재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