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비트렌드 중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는 괴식 및 이색식품의 선호현상이었다.

괴식이란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 전혀 어울리지 않아 맛이 아주 이상해질 것 같은 음식들을 같이 섞거나 조리해 먹는 것인데 의외로 인기를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범한 것에 식상해 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대만에서 건너온 흑당의 열풍이었다. 흑당밀크티, 흑당라떼 샌드위치, 흑당짱구, 흑당시럽 등의 신제품이 출시되었고 많은 인기를 끌었다.

뚱카롱도 인기였다. 기존의 마카롱에 속재료를 가득 넣어 두툼하게 만든 뚱카롱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뿐만 아니라 마라탕을 비롯한 마라 열풍도 대단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평범한 것을 원하지 않고, 기존 것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색다르고 신선한 것을 좋아하는 시대이다. 이런 현상은 농산물 소비자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수박은 둥글어야 하고, 수박의 색깔은 녹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사라지고 있다. 둥근 수박보다는 네모진 수박, 하트 모양의 수박이 더 관심을 끈다. 전통적인 녹색의 수박보다는 검정색 수박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더 이상 전통적인 것만 고수해서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소비트렌드에 발맞출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창의적인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얼마 전에 가족들과 경주에 방문한 일이 있었다. 함께 동행한 딸이 꼭 들러야 할 서점이 있다고 했다. 서점은 여기저기에 많이 있는데 굳이 경주에까지 와서 들러야 할 이유가 있는가 생각했다. 결국 서점에 들어섰는데 그곳은 조그마한 공간에 여느 책방과 다름없어 보이는 곳이었다.

그런데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책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그냥 봉투에 담아주지 않고, 약국에서 처방하는 약을 담는 봉투에 넣어 주는 것이었다. 육체의 질병을 치유하는 약이 있듯이 심신이 고달픈 현대인들의 정신적인 아픔을 치유하는 책이라는 의미 부여를 하는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조그마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을 보았다.

지금 우리 농가는 국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 소득 저하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때에 대단한 것은 아닐지라도 조금만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변화를 준다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받게 되고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작은 변화가 큰 수익을 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김황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