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 이국종 센터장 사임 의사
열악한 환경 의료진 탑승 거부
병상 사용 방해·인력 미충원
아주대병원과 갈등도 깊어져
국민만 피해 … 대책 마련 시급
▲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의 탑승 거부로 운행 중단된 '경기도 닥터헬기'가 22일 오전 눈 내리는 수원 군공항에 쓸쓸한 모습으로 계류장에 머물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닥터헬기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권역외상센터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보니 이제는 '꿈'만 같은 일이네요."

22일 오전 10시에 찾은 수원시에 있는 아주대학교 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전날 예정된 닥터헬기 재운항이 전면 무산되고 이국종 외상센터장까지 내달 사임 의사를 표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외상센터 의료진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외상센터 1층에 마련된 '보호자 대기실'을 찾은 한 직원은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걱정하지 말라며 등을 두드리기도 했다. 이를 본 다른 보호자가 원무과 직원에게 "우리는 수술 경과 등을 언제쯤 알 수 있느냐"고 묻자 다른 보호자들 역시 너도나도 쌓아둔 질문을 쏟아냈다.

외상센터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 중증외상 환자들이 몰려오고 있어 (외상센터는) 언제나 바쁘다"며 "닥터헬기가 운항되던 시절엔 더 많은 환자들이 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환자를 생각하면 닥터헬기는 꼭 필요하지만, 인력과 병상 부족 문제 등이 심각해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중증외상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8월 비상 상황을 대비해 의료진이 동승하는 닥터헬기를 도입했으나 열악한 운영 환경에 부딪혀 급기야 의료진들이 닥터헬기 탑승을 거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실 외상센터 인력 부족 문제는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지난해 경기도 국정감사 때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국종 센터장은 '외상센터의 부족한 인력을 증원해 달라 요구했으나 요구치의 절반 정도만 채용됐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도 했다.

외상센터 측은 24시간 운영하는 닥터헬기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추가로 의사 5명과 간호사 8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전문의 11명이 닥터헬기로 인해 당직 근무와 헬기 탑승을 동시에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인력을 늘리겠다던 아주대 병원 측은 지금껏 단 1명도 충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최근 아주대 병원이 외상센터 병상이 부족한 걸 알고도 본관 병상을 쓰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외상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이국종 센터장이 있기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닥터헬기가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환자를 치료하고 돕는 일에만 전념하고 싶은데 이래저래 난관이 많아 힘들고 지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주대 병원 관계자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게 병원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