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겹고 멋스러운 우리것 보고 듣고 만들고 맛보라
잊혀져가는 '전통공예문화' 안타까워
고 황형택 관장 유물 3000점 모아 전시
도자·목공예·민화그리기 체험공간도
애보박물관 한켠엔 전통음식박물관
된장 담그고 철마다 작물 수확행사
'박물관 노닐기' '문화 있는 날' 운영

 

▲ 애보박물관·한국전통음식박물관 외관. /사진제공=애보·한국전통음식박물관

 

인천대공원에 인접한 산자락에 너른 박물관 하나가 있다. 목가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건물 두 동이 연결돼 있는 이곳은 애보박물관이다. 보물을 사랑한다는 뜻의 애보(愛寶)에서 보물은 아이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애보박물관은 고(故) 구암 황형택 관장이 세웠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아름다운 우리 전통공예문화를 모르고 자라는 데 안타까움을 느끼고 몸소 박물관을 건립했다. 법무사였던 그는 20년간 전국 곳곳을 누비며 발품을 팔아 직접 3000점의 유물을 수집했다.

박물관엔 그의 각별한 애정이 담긴 한국의 공예품과 미술품, 석조유물이 전시돼 있다. 2012년 황형택 관장이 작고한 후 그의 아내와 딸이 뜻을 이어받아 애보박물관과 함께 한국전통음식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고고하고 정겨운 우리것, 여기 애보에서

애보박물관은 구암관이라는 상설전시관을 두고 있다. 황형택 전 관장의 호인 '구암(龜巖)'은 그의 고향 지명이다. 개인 소장품인 도자기와 금속, 자수, 목공예품 등의 유물로 꾸며져 있다.
아름답고 실용적이며 서민적 정서가 듬뿍 담기고 수 천년 전부터 근대까지 사용하던 자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석조공예품이 여러점 전시돼 있다.

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우리문화의 멋, 목가구와 민화 展'이 열리고 있다. 애보박물관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소장유물 중 목가구와 민화를 선정해 소개하는 자리다. 목가구는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살림살이로 일상생활과 인생 통과의례의 필수품이었다.

민화는 조선후기 서민들에게 유행했던 생활그림으로 신분과 지위를 뛰어넘어 목가구와 민화에는 당시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와 마음이 담겨 있다. 소박하고 단정하지만 실용성과 멋을 지닌 목가구에는 삶의 흔적은 물론 자연에 대한 따뜻한 철학과 웃음을 잃지 않는 해학을 짐작할 수 있다.

민화를 통해서는 입신양명, 부부화합과 자손번창, 강녕과 장수, 부귀영화, 벽사 다섯 가지 주제를 살펴볼 수 있다.

 

▲ 애보박물관 대표 유물인 '백자연꽃넝쿨무늬대접'  /사진제공=애보·한국전통음식박물관
▲ 애보박물관 대표 유물인 '백자연꽃넝쿨무늬대접'
/사진제공=애보·한국전통음식박물관
▲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는 모습을 표현한 '어변성룡도'.  /사진제공=애보·한국전통음식박물관
▲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는 모습을 표현한 '어변성룡도'.
/사진제공=애보·한국전통음식박물관

 

#백자연꽃넝쿨무늬 대접 등 귀중한 대표 유물

 

애보박물관의 소장유물은 아름답고 실용적이며 서민적 정서가 담긴 토기부터 한국을 대표할 만한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백자가 있다. 원색적 색채가 돋보이는 상여에 장식했던 목인과 용수판, 목가구인 화초장과 반닫이, 소반과 목기러기, 색지함은 소박한 멋스러움을 보여준다.

다양한 종류의 석공예품은 애보박물관의 자랑이다. 흙으로 빚어낸 듯 정교한 돌로 만든 유물인 석제과형주전자, 석제등잔, '지성감천명(至誠感天命)' 한자가 새겨진 약탕기 등이 있다.
대표유물로는 15세기의 '백자연꽃넝쿨무늬대접'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국보 175호와 동시대의 것으로 가치를 환산 할 수 없을 정도다.

'드므'는 방화수를 담아 놓던 그릇으로 사찰이나 궁궐 군데군데 놓아 물을 담아 두면 화마가 물에 비친 제 얼굴에 놀라 도망가게 하는 역할을 했다. 대표 민화로는 잉어가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되려는 모습이 그려진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이고, 이 밖에 호랑이를 주제로 한 '작호도(鵲虎圖)' 부귀와 행복을 기원하는 '모란도(牡丹圖)' 등이 전시돼 있다.

 

▲ 애보박물관에서 아이들이 한지공예를 체험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애보·한국전통음식박물관
▲ 애보박물관에서 아이들이 한지공예를 체험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애보·한국전통음식박물관

 

#장 담그고 감자 캐고 … 시민들의 체험 현장

애보박물관·한국전통음식박물관은 성인과 아이들의 체험 공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박물관측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데 건물 뒤편으로 넓게 자리잡은 토지를 활용한다. 전통공예체험으로 도자공예, 천연염색, 목공예, 민화그리기, 한지공예, 세라믹 등이 있다. 된장과 간장을 손수 만들어 장독대에 담아 두고 철 마다 밭 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돼 있다.

더불어 2013년부터 매년 '박물관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해 2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무료 체험의 기회도 준다. '청소년의 멘토 KB!'와 함께하는 '박물관 노닐기'와 '박물관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을 수행하며 다양한 계층의 문화체험을 돕는다.

관람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9시30분 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일요일과 1월1일, 설연휴, 추석연휴, 성탄절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성인 25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며 65세 이상과 장애인은 관람료의 50%를 할인해주는 제도도 있다. 24개월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변무숙 애보·한국전통음식박물관장 "남편 유훈따라 운영 나섰지만, 정부지원·협조 태부족 힘겨워"

 

▲ 메주를 이용한 발효과학 등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는 변무숙 애보박물관장이 장독을 열어보고 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 메주를 이용한 발효과학 등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는 변무숙 애보박물관장이 장독을 열어보고 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남편의 유훈을 지키기 위해 박물관 운영을 지속하고 있어요."


변 관장은 소중하고 찬란한 전통 유물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한 고 황형택 관장의 뜻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는 떠났으나 이 유산만큼은 계승하고 싶었기에 운영을 결심했다. 여기에 그의 딸 황남희씨가 교육사로 어머니와 함께 하고 있다.

"사립 박물관이다 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인천시로부터 박물관 인가를 받고 시작하긴 했으나 이후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협조가 태부족인 상황입니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문화사업이라서 겨우겨우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개인 시설이라는 이유로 여러가지 제약에 발목이 잡힌다. 학예사 2명을 운용하고 있지만 채용 후 2년이 지나면 인건비 지원마저 끊긴다.
"2년 후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면 다시 지원금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사명감을 가지고 박물관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학예사 계약을 종료할 수는 없지요. 개인 박물관과 관련된 제도의 허점이 아쉽습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변 관장은 시민들에게 좋은 것을 경험케 하고 소개한다는 공익적인 목표를 잃지 않는다.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보고 기뻐하며 스스로 만들어 가져갈 때 한 없이 즐겁죠. 메주를 이용한 발효과학과 망치질과 같은 목공체험 등 시민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공동기획 인천일보·인천광역시박물관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