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인천일보는 기획기사 '인천, 서울의 그늘 언제까지'를 연재했다. 300만 인구의 우리나라 제3의 도시 위상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위성 도시 취급 속에, 급기야 모 정치인의 한마디 말 실수로 '이부망천'이라는 근거 없는 라벨까지 붙어 웃음 거리가 된 우리 도시에 대한 두 취재 기자의 고민 깊은 발제에 공감했다.
기획기사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의료 부문도 인천은 소외되는 일이 많다. 예를 들어, 이번 보건복지부 2기 공공전문진료센터 선정에서도 어린이 전문진료센터는 전국에서 인천만 제외되었다.

시 당국의 노력과 역내 사립 대학병원의 희생을 감수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선정되지 않는 것은 '인천은 필요하면 서울로 오면 된다'는 수도권 역차별과 인천에 국립대 병원이 없는 탓에 국립 기관과 정부 끼리의 행정 편의주의에 피해를 본 건 아닌지 우려 스럽다.

어린이 공공의료지원센터는 현 수가 체계에서 운영이 어려운 어린이 전용 중환자실을 대학병원급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보완해 주는 장치이다.

이번 지정 탈락은 전국에서 인천만 어린이 전용 중환자실 확보가 어렵게 되었음을 뜻한다. 서울 인구가 1000만이면 인천의 인구는 300만이다. 그런데 우리 인천 어린이들은 생명이 위급할 때 서울에는 5군데나 지정된 어린이 공공의료지원센터 설치 병원으로 이송되어 가야 한다. 우리나라 제3의 도시가 이런 차별을 받는 것이 온당한지 묻고 싶다.

그늘이 싫으면 수도에 버금가는 위상을 얻는 수밖에 없다. 기획기사에서 인천은 '벤처1000억기업'이 30곳에 불과하고 그 중 소프트웨어/IT 같은 미래 산업 기업이 전혀 없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장점이 있다. 경제특구가 있고, 그곳에 셀트리온과 삼성 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대표 바이오의약품제조사도 있다. 머크, 올림푸스 같은 의료기기/공정지원 기업에 유타-인하 DDS 연구소, 삼성 바이오 에피스 같은 연구 기관이 들어서 있다. SCM생명과학과 같은 비상장 벤처 기업들이 줄기세포치료 분야에서 미래의 잭팟을 노리며 이주해 오고 있다. 지금 싹 트고 있는 인천의 바이오-헬스 특화가 미래의 답일 수 있다.

과연 원하는 성과가 나올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것은 바이오 벤처의 특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벤처 특성 상 일부 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우리는 마지막 남는 2~3개의 유니콘 기업 확보를 목표로 잡아야 한다. 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을 말하는 유니콘 기업은 4차 산업 시대 혁신성장을 이끌 핵심 동력이다. 미국의 200개 이상 유니콘과 중국의 100개 이상 유니콘은 자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성장과 지속을 견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1개 유니콘 기업이 있는데, 차세대 유니콘은 헬스케어, 의료인공지능, 자율 주행,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에서 나와야 한다. 그 중 우리가 의료와 헬스 분야를 놓쳐서는 안된다.

세계 산업 트렌드를 주도하는 구글은 2015년 이후 총 58건의 바이오 헬스 분야 투자를 진행했다. 그 중 다수가 건강 관련 웨어러블과 의료 데이터 분석과 예측 사업이다. 바이오 헬스 산업의 핵심이 빅 데이터 분석과 예측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에서도 의료정보구축사업 같은 의료 데이터 관련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만큼은 시 당국과 역내 의료 기관들이 공조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인구가 인천의 2.5배에 불과하지만 8000개의 4차 산업 스타트업 기업을 보유한 이스라엘은 나라 자체가 전세계의 '스타트업 국가'로 불린다. 인천 인구의 13%에 불과한 40만명의 텔아비브는 스타트업 생태 가치만 서울의 3~5배이다.

미래에도 지금과 같이 서울의 그늘에 갇혀 있지 않으려면, 인천은 스타트업 시티로 거듭나고 한국의 유니콘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고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아 새 판을 짜야 한다. 밥상이 마음에 안 들면 테이블보부터 다시 깔아야 하는 법이다.

송준호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