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일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 주무관


공기업 퇴사 … 3번만에 지난해 9급 합격
동기 중 최고령자 … "아직 정년 3년 남아"




"아직 정년이 3년이나 남아 있는데요…. 그때 가서야 알겠지만 아마 꿈꿔 왔던 미래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또 다른 일을 찾을 겁니다."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에서 지난해 9월 공직생활을 시작한 김종일(57·사진) 주무관.

2019년 제1회 경기도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을 통해 9급(일반 기계직) 공무원으로 인생 2막을 다시 시작한 그는 63년생으로 120여 명의 동기 중 최고령자다.

그는 이전까지 회사명을 대면 누구나 다 아는 공기업에 다녔었다. 이곳에서 정년을 마치려 했던 그는 호봉 문제 등 회사 내부 사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55세였던 2016년의 일이다.

"막상 회사를 나오고 나니 처음에는 막막하더라고요, 퇴직 이후를 준비해 둔 것도 아니고…."

그러던 그는 내친김에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작은 시골 마을에 정착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욕심 없는 삶을 살겠다던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 했다. 그는 직장 일이 고달프고 힘들 때마다 한적한 시골에 내려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여유를 찾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고 한다.

남매인 두 아이가 다 컸다고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주변 여건은 선뜻 그의 귀농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직 젊은데 무슨 귀농이냐'는 주변의 만류에 그는 귀농의 꿈을 잠시 접어 두고 2017년과 2018년 각각 출입국관리직과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 응시했다. 수능 수준으로 출제된다는 국어. 국어 과목은 그에게 두 차례나 고배를 마시게 했고 3번의 도전 끝에 그는 공무원으로 또 다른 삶을 시작했다.

한 조직의 팀장으로 팀원들과 프로젝트를 달성하며, 나름의 보람과 성취욕을 맛보기도 했던 그의 신규 공무원 생활 4개월은 하루하루가 소중한 나날이다.

정수장과 배수지의 기계시설 유지를 담당하는 그는 아침 출근길이 새롭고 감사하기만 한다. 큰형님이나 아버지뻘 되는 나이 든 신참 후배 공직자가 혹여 불편해하지나 않을까, 배려하고 걱정해 주는 젊은 선배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다. 전 직장에서 갈고 닦은 경험이 김포시민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는 보람도 느끼고 있다.

공무원 정년이 60세인 점을 고려하면 그가 공무원으로 앞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3년뿐이다. 두 번째 퇴직을 앞둔 그는 퇴직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고 한다. 공무원 퇴직 후에는 전기기사 자격을 취득해 60대 중반까지 직장생활을 유지할 것이라는 김종일 주무관.

노후에 접어든다는 60대 후반 로망이던 전원생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공직 퇴직 후 다른 도전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그의 인생 설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김포=권용국 기자 ykkw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