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어르신·중증장애인
관리사 발길마저 끊겨 '쓸쓸'

"혼자 보내는 명절이 싫어요. 다들 쉬니깐 찾아오는 사람도 없잖아…."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80대 김모 어르신은 다가오는 설 명절이 반갑지만은 않다. 가족이나 자녀들과의 왕래가 드물어 홀로 쓸쓸하게 연휴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주변 이웃이나 생활관리사가 방문해 안부를 묻고 먹을 것도 챙겨주지만 연휴 때는 기다리던 발길마저 끊긴다. 마땅히 갈 곳 없는 김 어르신에게는 TV가 유일한 친구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지역 노인 인구 38만4548명 중 홀몸노인은 9만8270명에 달한다. 특히 홀몸노인 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에 속해 수급비나 노령연금 등을 받는 이들에게 풍족한 명절은 먼 이야기다.

생활관리사나 봉사활동가,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이 설 명절을 앞두고 가정을 방문해 선물과 먹을거리를 전달하고 안부를 확인하지만 노인 돌봄 체계 상 연휴에는 관리사들이 근무하지 않는다. 이에 김 어르신 같은 홀몸노인들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실정이다.

인천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결혼을 안 하시거나 한국전쟁 때 피란으로 인해 주변에 혈육이 없는 분들은 매년 명절을 혼자 보낸다"며 "명절 연휴가 길 때는 관리사들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은복 문학동 명예사회복지공무원은 "연휴가 다가오면 봉사자나 명예사회복지공무원도 각자 가정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주변 이웃까지 챙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홀몸 어르신과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설 연휴를 보내도록 후원금으로 마련한 김 선물세트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증장애인에게도 명절은 고독한 시기다.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만 바우처 시간이 평일 기준으로 책정돼 있어 서비스 공백 시간이 발생한다. 활동지원사 수당이 연휴나 주말에는 1.5~2배 차이 나는데 이 같은 상황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이 한 달에 정해진 금액대로 서비스를 받는 구조라 연휴나 명절에는 돌봄 공백이 생긴다"며 "예산을 추가로 반영하거나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