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악기로 인생2막 연주 … 일상이 '힐링'되다

 

▲ 2018년도 제1회 50+ 액티브시니어축제에서 감상을 수상한 '아미치 팬플룻 앙상블'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인천일보DB

 

안양벚꽃축제에 참여한 '아미치 팬플룻 앙상블'이 축하공연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아미치 팬플룻 앙상블
▲ 안양벚꽃축제에 참여한 '아미치 팬플룻 앙상블'이 축하공연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아미치 팬플룻 앙상블

 

[아미치 팬플룻 앙상블] 학습지역 의왕시·학습유형 지역사회봉사형

팬플룻에 관심있는 이들이 만든 모임 … 전국 돌며 연주
팬층 두터워 … 요양원·재활원·바자회 등서 재능나눔도

 

'오르락 내리락' 목관을 따라 불어대면 카나리아 한 마리가 날아 앉은 듯 청아한 연주 소리가 귓전을 녹인다. 이름도, 모양도 생소하지만 계속해서 듣고 싶게 만드는 소리가 있다. '팬플룻' 연주로 얼어있던 마음마저 녹여주는 평생학습동아리가 주목받는 이유다. 감동을 연주하는 환상의 하모니 의왕문화원 '아미치 팬플룻 앙상블'을 지난 10일 찾았다.

아미치 팬플룻 앙상블은 2006년 경기도 의왕지역을 비롯 서부권을 중심으로 팬플룻 악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모여 만든 팬플룻 학습동아리다. 팬플룻은 팬파이프 또는 판의 피리라고도 불리며 목재를 주재료로 길이가 다른 관 여러 개를 엮어 만든 관악기다. 고대 그리스에서 기원해 유럽의 각국으로 전파돼 쓰여온 악기로 알려져 있다.


아미치 팬플룻 앙상블은 각 성부에 따른 5명의 연주자(리더 박인선, 소프라노 한정숙, 알토 이정자, 알토 장주영, 베이스 지미옥, 테너 박순심)로 구성됐으며 전국 각지를 돌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학습 동아리는 창단 이래 10년 이상 동안 연 30회가 넘는 초청 연주, 정기 연주를 통해 탄탄한 입지를 굳혀 오며 환상의 하모니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아미치 팬플룻 앙상블은 2008년 1회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2011년, 2013년, 2014년, 2016년, 2018년까지 6회의 정기연주회를 가졌으며 오는 2020년 4월, 제7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정기연주회 말고도 의왕시 백운예술제, 서울 국제생활오케스트라축제, 군포시 철쭉제, 경기천년대축제, 경기평생학습동아리축제, 통영국제음악제, 50+액티브시니어축제 등 다수의 초청행사 참여를 통해 이름을 알려 왔다. 지난 2018년에는 인천일보 주관 '제1회 50+액티브 시니어 축제'에 참가해 '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미치 팬플룻 앙상블은 재능 나눔의 일환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안양시 노인요양원, 양지재활원, 불우청소년바자회, 농민을 위한 농수산물바자회, 시각장애인복지회 등을 찾아 팬플룻 음악으로 '힐링'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내 인생을 바꾼 Q&A] 팬플룻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박인선(62)

 

팬플룻은 제겐 친구 같은 존재예요.

팬플룻을 불고 있으면 위로를 받는 기분이거든요.

외로우나 괴로우나 항상 제곁엔 팬플릇이 있어 행복합니다.
 

 

 

박순심(58)

 

삶의 활력소이자 자신감을 갖도록 만들어줍니다.

오랫동안 해 온 직장생활을 마치고 나니 우울한 기분이 들었죠.

문득 내가 전혀 해 본 적 없는 분야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팬플룻은 무료했던 저의 일상을 바꿔 주었어요.

 

 

 

장주영(55)

인생의 즐거움을 줍니다.

저는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소극적인 편에 가까웠죠.

그러나 팬플룻을 만나고부터 저의 인생은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활동뿐 아니라 사람들과 맺어 온 유기적인 관계들은 저를 활동적이고 밝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내 인생을 바꾼 평생교육]

'팬플룻과의 인연 16년' 한정숙씨

 

▲ 한정숙
▲ 한정숙

힘든 순간, 많은 위로돼 인생이 장밋빛으로 물들어간다

 

쉼 없이 달려온 인생의 중반부, 뒤돌아볼 새 없이 찾아든 갱년기 우울증은 이 시대 중년들을 고립되게 만든다.


아미치 팬플룻 앙상블의 한정숙(58)씨에게도 갱년기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삶의 관문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 가슴을 후벼파는 우울감,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깊은 상실감을 느낄때 그는 아미치 팬플룻 앙상블을 만났다.


"50을 생애 전환기라 하잖아요, 삶의 재충전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하던 중 우연히 '청산에 살리라'라는 음악을 듣게 됐어요. 여러 악기 소리 중에서도 팬플룻 소리가 귀에 꽂히더라고요. 마치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죠. 그날로 팬플룻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때마침, 한씨가 살고 있던 인근 지역의 문화원에서는 팬플룻 강좌의 수강생 모집이 한창이었다. 한씨는 지체 없이 팬플룻 강좌를 듣기 위해 문화원의 문을 두들겼다. 이때 박인선 강사와 인연을 맺었다.


"마침 집 근처 문화원에서 팬플룻 강습 모집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친김에 문화원으로 달려갔죠. 그때 처음으로 스승님이자 동료인 박인선 선생님을 만나게 됐죠. 박인선 선생님도 제가 공식적인 첫 제자라고 하더라고요. 이때부터 인연을 맺고 팬플룻을 다루게 됐습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팬플룻이라는 악기를 배우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소리를 내는 것조차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가능했다.


"어느 정도 배우다 보니 한계점에 도달하더라고요. 중간에 고비도 있고 야심 차게 시작했다가도 부딪치는 시련에 흥미를 점차 잃어 가곤 했죠. 하지만 이 고비를 넘어섰을 때는 값진 성취감을 얻게 됐습니다. 이것은 인생에 고비나 시련이 찾아와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이 돼줍니다."


한씨가 팬플룻과 인연을 맺어온 지도 올해로 16년째. 그늘졌던 그의 인생은 팬플룻과 함께 장밋빛으로 물들어갔다.


"처음에는 배우는 것이 즐거웠다면 이젠 나누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힘든 순간에 많은 위로가 된 팬플룻 음악을 많은 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