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화가 황영준 '봄은 온다'전
가는 선으로 사실적 재현 눈길
가족에 대한 그리움 많이 담아

 

▲ 황영준 作 '1987-금강산 만물상천선대의 장관'

 


"자연과 생활에 대한 고상한 미(美)는 용암처럼 솟구치는 열정과 지향이 없이는 창조되지 않는다."
1950년 월북해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작품들을 그린 황영준 화가가 작가 노트를 통해 남긴 말이다.

부인과 어린 4남매를 고향에 두고 생이별한 황 작가는 북한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쳤다.

경인일보는 그의 이런 사연이 녹아있는 작품 200여점을 대여해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조선화가 아카이브Ⅰ. 황영준展. 봄은 온다' 전시회를 열고 있다.

충북 옥천군 출신인 황영준은 어려서부터 학생미술전람회에 매번 입선할 정도로 미술에 소질을 보였다. 그는 몰골법을 기본으로 갖추고 다섯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 가는 선을 그려내는 쌍구법으로 입체를 살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 작가가 1992년 노년기에 제작한 '능라도의 소나무'에서도 이런 기법이 잘 드러나는데 바늘 같은 가느다란 선으로 소나무의 형상과 잎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며 전통적인 선묘기법에 토대를 뒀다.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는 척박한 겨우내 차가운 바닥에도 뿌리를 내리고 도래할 봄을 기다리는 청송의 꿈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생애 전반에 걸친 작품을 소개한다. 근대 한국화와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 미술론의 변화에 따른 조선화의 변천과정 모두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대부분의 작품에서 남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안타까운 애정이 절절하게 나타났다. '보금자리로 돌아오다(1985)'라는 제목의 여러 작품에 기러기를 그려 환향(還鄕)의 염원을 드러냈으며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들이 그렇다.

월북한 이후에도 결혼하지 않은 채 지내던 그는 2002년 이산가족 상봉으로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날 기회를 앞두고 상봉일 몇 개월 전 돌연 사망하며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다만 애틋한 그리움과 그의 혼이 담긴 작품만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남한과 가족들 품에 안길 수 있게 됐다.

전시회는 2월18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중앙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관람료 무료. 032-861-3200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