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가시나무.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24절기중 가장 추운 시기인 소한과 대한이 지나갔다. 이러한 추운 겨울 동안 여러해살이 식물들은 땅 위로 노출된 모든 기관들에 대해 월동을 한다. 여름철 내내 광합성을 하던 넓은 잎들은 낙엽이 이미 진지 오래고, 앙상한 가지들의 겨울눈이 도드라지는 때이다. 땅 밑의 뿌리들도 곧 봄이 오면 새로운 잎과 줄기를 내놓겠다며 차디찬 겨울비와 눈을 견디어 낸다.

이러한 와중에도 가끔 잎이 넓은 늘푸른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전 인천의 월미공원에 갔을 때 기특하게 바라본 나무가 있었다. 바로 감탕나무속(屬) 호랑가시나무다. 호랑가시나무를 비롯한 감탕나무속 식물은 꽝꽝나무, 감탕나무, 대팻집나무 등 늘푸른나무들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주로 분포하며, 세계적으로는 열대지방부터 온대지방까지 약 4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 나무는 본래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나무인지라 제주도 남서해안부터 해남, 서해안 변산반도까지 자생하고 있다. 바닷물 영향을 받는 해안가부터 내륙까지도 잘 자라는 성질이라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한다.

또한 햇볕을 좋아하는 나무라서 볕이 잘 드는 곳에서 무리 지어 자라는 습성이 강하다.

한때는 크리스마스에 화환이나 장식으로 많이 사용하는 유럽, 북미의 호랑가시나무류와 비슷해 남획에 시달려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기도 했다. 그들보다 잎이 좀 더 크고 빨간 열매가 보기 좋아서 장식용으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전북 부안 도청리의 700여 그루 호랑가시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122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호랑가시나무의 잎은 두껍고 광택이 나서 늘푸른나무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이름에서 연상되듯 잎 끝에 날카롭고 단단한 가시가 있다. 이 모습이 마치 호랑이 발톱과 비슷하다 하여 호랑가시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어린 나무는 육각형 잎의 모서리마다 가시가 매섭게 도드라지지만 나무가 자라고 성숙한 잎에서는 차츰 퇴화되어 하나의 가시만 남는다. 꽃은 암수 딴 그루로 4~5월에 우산모양 꽃차례로 피는데 그 향기가 은은하며, 열매는 그해 가을에 붉은 색으로 달린다. 이 열매는 겨울에 눈이 내리면 더욱 빛을 발하는데, 이는 겨울철 먹이가 부족한 때에 새들의 주요한 먹이가 되며 더 넓은 곳으로 자신을 퍼트릴 수 있는 생존법이 된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호랑가시나무가 어떤 이유였든 차가운 바닷바람이 부는 인천지역에 오게 되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겨울을 지내는 듯하다.

인천은 월평균 기온이 다른 수도권 지역에 비해 1~2도 정도 낮지만 의외로 인천 섬에는 붉가시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등 남부지방에서 잘 자라는 나무들이 관찰되기도 한다. 이들 식물은 추위를 잘 견디는 성질이 있기도 하지만, 인천 도서지역으로 들어오는 난대성 해류와 새들에 의한 종자 번식 등의 영향으로 분포가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주선화 시인의 '호랑가시나무를 엿보다'라는 시의 '호랑가시나무는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오늘도 푸르게 푸르게 눈을 뜨네' 라는 시구처럼 겨울 찬 기운에도 모든 사람이 푸르게 푸르게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찬호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