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기는 쉬워도 그 결과로 생긴 애정을 잘 유지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법원에서 이혼을 하는 당사자의 분노나 원망들이 여과 없이 터져나오는 것을 보면 둘이서 정서적으로 아직도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독일의 부부가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 동안은 별거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감정적인 이혼이 아니라 좀 더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이성적으로 해결하도록 기회를 준다. 그럼에도 이혼이 어려운 것은 짧았든 길었든 간에 애정의 끝은 언제나 죽음 다음으로 겪는 가장 괴로운 일이며 트라우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인이나 배우자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두려움 중의 하나는 감정에 압도당하고 거기서 다시는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또 다른 두려움은 지금 같은 애정을 정리하고 나면 다시는 더 이상 사랑을 하지 못할 것 같은 좌절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인의 애정은 과정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이별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부부의 파경이 꼭 고통만은 아니고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음도 보았다. 이별의 과정은 힘든 여정이지만 빨리빨리 해치워야 할 숙제가 아니다. 이별의 과정은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때가 되면 고통은 어느 사이에 휙 지나가고 새로운 애정의 탄생을 맞이할 준비가 시작된다. 이별을 위한 치료 과정으로는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사랑을 말하기다. 애정을 진정으로 넘어서기 위해서는 사랑에 빠지던 처음부터 걸어온 길을 전부 다시 느껴야 한다. 고통의 원천인 사랑의 추억을 회피하기보다는 사랑이 시작되었을 때 삶이 어땠는지 말해보고 느껴보고 체험하는 것이다. 상대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을지? 상대가 당신에게 준 도움은 무엇일지? 애정이 없어진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두 번째는 관계의 종말을 직면하기다. 애정이 사라지고 고통스럽게 종말로 치달을 때 일어나는 감정들을 체험하는 정서적 과정을 다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대방에 대한 자기의 분노를 최고의 강도로 표현하고, 상대에게 재앙이 일어나라는, 자기밖에 모르는 소망을 표현하는 편지를 쓰는 것이다. 이것의 목적은 이런 강렬한 느낌들을 아무도 해치지 않으면서 환상 속에서 표현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선물 받으며 감사하기다. 애정에는 교훈이 많으므로 그것을 평가해 보고 느낌이 어떤지 생각해 보며 전의 애정이 나에게 준 것들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정이 끝나는 시점이 다시 시작하는 기회가 되고 나의 고통과 가슴앓이와 번민을 통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네 번째는 현실을 재구성하기다. 전에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서 새로운 심리적 연결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발달 과업은 무엇인가?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인가? 나의 자아실현인가? 다음에 만나게 될 상대에게서 얻어야 할 중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미리 재구성을 할 수 있어야 관계의 파탄을 반복하지 않는다.

/김혜숙 백석대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