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는 '본토박이'의 준말이다. 대대로 한 곳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을 일컫는다. 몇 대를 거치며 그 땅에서 붙박이처럼 지낸 이들이다. 다만 요즘처럼 인구 이동이 잦은 터에 얼마나 토박이 숫자를 헤아리고, 분류할 수 있을지 어려울 따름이다. 그만큼 대를 이어가며 한 곳에서 쭉 살아온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현대 사회에선 자신이 태어나 자란 지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저 고향은 가슴에 묻고 '타향살이'에 온갖 설움을 견디며 지낸다. 살면서 힘들면 고향에서 놀던 때를 그리워하며 아련한 향수에 젖기도 한다.

무릇 지역마다 토박이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나름대로 '내 고장'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 어떻게 하면 내가 지내는 지역이 잘살 수 있는 곳으로 변할지 궁금해 한다. 어쩌면 '공동체'를 인식하는 토박이들의 책임과 의무일지 모른다.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출발해 '지역'과 '나라', '세계'로까지 퍼져나가지 않는가. 이런 의미에서 토박이는 그 사회에서 존중을 받고 꼭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며칠 있으면 설 연휴로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명절을 맞아 태어나 자란 곳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는 이들이 고향을 찾는 일은 인지상정이다. 아무리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오래 걸리더라도 고향 가는 길은 즐거울 터이다. 거기엔 토박이로 살아가는 부모와 형제자매, 친구들이 있어서다. 고향 집에서 나누는 덕담과 음식으로 설 명절은 풍성하다. 짧아서 아쉽긴 하지만,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인천시가 엊그제 공개한 '2019년 인천 사회지표' 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 가운데 인천에서 태어난 비율은 38.7%에 그쳤다. 출생지는 인천에 이어 서울(13.3%), 호남권(12.1%), 충청권(10.6%), 경기(10.5%) 등의 순이었다고 한다. 기사는 인천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토박이'란 표현을 썼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사전적 풀이대로라면, 인천에서 났으면서 대대로 오래 살아온 사람을 토박이로 간주해서다.

사실 인천은 일제에 의한 강제개항(1883년) 이후 번성한 도시다. 이전엔 인구도 많지 않았다. 토박이가 별로 없었던 셈이다. 그러다가 개항 후부터 전국 8도에서 인천으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었다. 한국전쟁 때엔 이북에서 피란민들이 대거 내려왔다.

그래서 인천엔 토박이가 흔치 않다. 오늘날 몇 대에 걸쳐 인천에 사는 이들도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하면 아주 적은 편이다. 인천은 그래도 여러모로 개방적인 곳임엔 틀림없다. 인천은 늘 그랬듯, 외지인에게 배타적이지 않고 열린 도시를 지향한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