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상반기에 한국을 공식 방문 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연예인의 중국 팬미팅과 중국연예업체의 한국방문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중배우 공동 출연하는 합작 영화 <비연>이 곧 인터넷 방송에서 개봉된다는 희소식도 있다. 이 영화는 2015년 제작되었지만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국 배치로 인한 '한한령' 때문에 지금까지 개봉을 못했다.

시진핑 주석의 6년 만의 한국방문은 한중 관계의 더 빠른 회복과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나 '한한령'의 완전 철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에서 주장하고 있는 '한한령'에 대해 중국이 애당초부터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즉 단체관광 제한과 한류의 중국본토 진출 금지는 정부의 눈치를 보는 부분이 있지만 순수 관련 기업이나 단체의 자체 결정이며 정부의 문서 및 지시는 없었다는 것이다. '한한령'에 관한 공식 문서나 명령이 없으니 공식 해제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지난 연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에서 양국의 문화교류를 강화한다는 표현을 썼다. 이 표현이 '한한령' 해제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해도 한류의 중국본토 재상륙은 예전과 같이 한류붐을 조성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한한령'의 해제는 지금까지 닫혔던 문을 활짝 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질서있게 열어나갈 것이다. 영화, 드라마, 아이돌, 게임 중 어디서부터 빗장을 풀지 모르지만 한꺼번에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요란하게 '한한령' 해제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며 '다주소설(多做少說, 일을 많이 하고 말을 적게 한다)'이라는 중국정치외교의 관례를 지켜나갈 것이다. 한류붐을 형성하기 어려운 또 다른 원인은 중국 국내에서 한류에 대한 비평과 경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컨데 한류드라마의 지루함, 동질화, 배우나 가수에 대한 과도한 포장, 남자 가수나 배우의 과도한 여성화 등등. 이러한 비판은 팬 유실과 시청자 계층의 축소를 초래하고 있다. 한류의 중국본토 재진출 때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 외에 사드로 인한 혐한정서도 여전히 남아 있다.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정서의 팽창에 따른 한류에 대한 배척의식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한류가 중국본토에서 다시 붐을 조성하기가 쉽지 않은 더 중요한 원인은 중국 문화환경의 변화이다. 중국공산당 중앙은 통치의 안정과 지도력의 확보를 위해 다시 정치이념과 이데올로기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공산당 장기 집권과 지도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강조하고 사상의 통일, 사회의 공동인식, 국민의 정신적 응집력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로(道路)자신, 제도(制度)자신, 이론(理論)자신, 문화(文化)자신을 제창하고 있다. 그 중 문화자신의 구축은 중국의 고유문화, 전통문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문화를 주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서방의 문화, 외래문화에 대해 배척은 아니지만 선별적으로 도입하고 문화자신 구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즉 '긍정적 에너지(正能量)'를 선양하고 '부정적 에너지(負能量)'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서방의 소위 '보편적 가치'를 포함해 '중국특색 사회주의문화'와 저촉되는 문화 제품의 중국진출은 반드시 엄격한 검열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화환경 속에서 한류의 중국진출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중국본토에서 한류제품의 활약 공간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또한 사드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한류의 중국본토 진출문제가 해결될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행히 한중 양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 공유의 가치와 공통의 문화가 상당히 많아 양국 문화교류에서 얼마든지 공동분모를 찾을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추구는 막을 수 없다. 문화는 다양성이 있어야 건강한 문화가 되고 문화의 충돌과 교류가 있어야 새로운 문화의 꽃이 필 수 있다. 2020년은 분명히 한중관계의 새로운 기점이 될 것이다. 사드 풍파를 겪은 양국 국민은 이제 양국관계에 대해 더 냉정해지고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현 시점은 바로 양국 문화계 인사들이 사드의 풍파를 극복하고 양국문화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장충의 중국 언론인·중국차하얼학회 한반도평화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