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한국경제 생존의 조건'
사진=KBS1 '한국경제 생존의 조건'

 19일 KBS 2020 신년기획 '한국경제 생존의 조건' 3부 '대전환의 길' 편이 방송된다. 

◆ 2% 성장 시대, 한국경제 생존의 길은? 

“한국은 가장 빨리 성장했죠. 지난 60년 동안 한국은 세계기록을 세울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고성장한 국가였는데 이러한 고성장이 최근 십여 년 거치면서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 보니까 성장률이 7~8%대에서 이제 2%로 위협당하는 단계에 와있고. 그런데 이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OECD 선진국 전체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고..”
-홍성국 / 전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수 년 째 2~3%대의 저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미중 무역 분쟁과 브렉시트 등 글로벌 사회에서 계속되는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밸류 체인에도 균열이 가고 있는 요즘, 더 이상 수출 주도의 고도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수출 주도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며 수출 감소와 함께 벼랑 끝에 내몰린 한계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제작진은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군산 지역 중소기업 대표를 만났다. 

“바빴을 때의 기억들이 계속 나거든요. 그때는 정신없이 제품 만들고 직원들하고 같이 열심히 일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다 떠난 자리니까요.”
-이정권 / 창원금속공업 사업본부장-

글로벌 초격차 경쟁 시대에 중소기업들은 한계에 내몰리고, 노동자의 일자리와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다. 한국경제가 생존하기 위해선 구조적인 대전환이 시급한 상황. 단순한 변화의 움직임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대수술, 대전환이 요구된다.

◆ 아베노믹스, 한국의 반면교사 

”(실질 임금) 수준으로 비교해보면 2012년에 아베노믹스가 시작하기 전보다도 더 낮아졌어요. 실질 임금이 오르지 않으니까 소비도 회복이 빨리 안되는 거죠.“
-이강국 /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회복하기 위해 처방된 아베노믹스. 일본 은행은 경기회복을 위해 돈을 풀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렸으며,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했다. 기업들이 돈을 벌면 다시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아베노믹스가 시작하기 전보다도 실질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기업의 법인세가 인하되면서 소비세는 상승했다. 결국, 대기업의 배만 불려주고 있었던 것. 대전환의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 일본, 우리는 일본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려야 할까?

◆ 한국 불평등의 뿌리, IMF 외환 위기를 기억하다

“살길이 막막합니다. 아무리 살려고 발버둥 쳐도 자꾸만 수렁으로 빠지는 것 같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 유서 내용 中 - 

신년에도 터진 생계 비관 자살 사건. 이런 사건들이 점차 많아지며 주목받는 직업이 생겨났다. 무연고자, 1인 가구 사망 사건 현장을 정리해주는 유품정리사란 직업까지 생겨난 것. 간절한 구조의 외침부터 죽음 후 수개월 방치된 흔적까지... 유품정리사가 목격한 한국경제의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한편,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이상돈 씨(66). IMF 외환 위기 전까지 은행 지점장으로 일하며 연봉 1억 원을 벌었다고 추억한다. 지난 20년간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20년 현재, 우리는 왜 다시 IMF 외환 위기에 주목해야 하는가?

◆ OECD의 권고, 신자유주의에서 포용성장으로... 

“(당시 진행한) 긴축 재정이 역효과를 불러왔음이 명백합니다. 왜냐하면 재정 긴축이 경기 침체를 심화시켰고 심화 된 경기 침체가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신뢰도를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휴버트 나이스 / 전 IMF 아시아태평양국장-

IMF 협상단으로 한국에 방문했던 휴버트 나이스 전 IMF 아태국장. 제작진은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그를 찾아갔다. IMF 외환 위기 당시 한국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긴축재정을 요구했던 그는 당시 IMF의 처방에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현재 한국은 (사회적 지출이) OECD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이 20%인데 한국은 11%에 불과하죠. (한국에서도) 사람 중심의 성장 전략이 자리 잡길 간절히 바랍니다.”
-가브리엘라 라모스 / OECD 사무총장 비서실장 -

불평등과 불확실성이 날로 심화 되는 세계 경제, 세계는 신자유주의를 반성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OECD, 세계은행, 신자유주의의 선봉에 섰던 IMF까지도 한 목소리로 “포용성장”을 주창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로 재정지출을 과감히 늘려 ‘사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 2020년, 대전환의 키워드 

1) ‘사람을 위한 투자’의 시대

캐나다 몬트리올에 사는 젊은 엄마 패트리샤, 그녀는 홀로 세 아이를 키우면서도 걱정이 없다. 정부에서 보육비와 주택 임대비, 장학금으로 2300캐나다달러(약 200만 원)를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일하면서 다시 학교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정부의 지원 덕분이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집권과 동시에 재정 적자를 감수한 적극적인 재정 확장 정책을 펴왔다. 캐나다의 빈곤율은 4년 새 20%가 줄었다. 그 결과 일자리가 늘고, 가구의 소득이 늘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났다. 

“정부는 인적 자산에 대한 투자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젊은 세대에 대한 투자입니다. 훗날 범죄자가 아닌 최고의 시민이 될 젊은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죠. 이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모두에게 이익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 수확할 수 있는 투자라는 거죠.“
-마리오 세카레시아 / 오타와대 경제학부 교수- 

생존을 위협하는 불평등과 불확실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은 앞다퉈 대전환의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변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한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대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2) ‘기업을 위한 투자‘

제작진은 불확실성 시대에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 심윤보 아띠글로벌 대표를 만났다. 그는 창업 초기 중국 현지에 매장을 열고 소비재 플랫폼으로 역직구 사업을 하려다 사드(THAAD) 사태로 불가피하게 철수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그 이후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수출길을 새롭게 돌린 것이다. 그 결과 다른 중소기업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사업을 접어야 될까, 말아야 될까에 대한 기로였기 때문에 매우 절실했어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또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고 글로벌로 시작 전환을 시킬 수 있고 가까이 있는 중국, 일본, 미국이 아닌 아세안으로 시각을 돌릴 수 있고 그런 데 있어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심윤보 / 아띠글로벌 대표- 

3) ’혁신적 기업가의 정신‘

한편, 한국GM 1차 협력체였던 창원금속은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존립위기에 직면했으나, 대체부품을 개발하여 출시하였다. 위기가 닥치기까진 대기업에 의존하던 회사였지만, 이제는 스스로 다양하고 지속적인 상품을 개발하여 자동차 부품회사로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머릿속에는 ‘어떤 차종들의 어떤 부품들을 만들까’에 대한 생각들이 가득 해요. 빨리 만들어서 제품을 내보내고 싶은 생각들이 있는 거죠“
-이정권 / 창원금속공업 이사-    

지난 30년간 세계화의 길을 따라 성장해 온 한국경제. 하지만 2020년 한국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날로 심각해져 가는 불평등이라는 큰 장벽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미중 무역에치우쳤던 한국경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때가 되었다. 이제는 성장이냐 분배냐 수출이냐 내수냐 양자택일이 아닌, 인식 전환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야 나서야 한다. 

불확실성 시대가 가져온 위기, 어쩌면 위기는 우리에게 기회가 된 것이 아닐까?

/정유진 기자 online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