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파일' 보도되자 의대 교수회 이메일 성명
"직장 괴롭힘 묵과 안해" … 원장 임기 내달 만료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회는 16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의 욕설 막말 논란과 관련해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을 포함한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유 원장은 다음 달 말 의료원장직이 만료되며 8월 정년을 맞는다.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는 이날 오전 병원 의료진 등에게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언어폭력은 사건의 동기나 그 이면의 갈등과 상관없이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을 막을 의무가 있는 우리 의료원의 최고 경영자가 가해 당사자라는 사실에 대해 깊은 우려와 자괴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교수들은 "아주대병원은 지난 25년간 경기 남부지역의 의료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며, 지난해엔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병원에 선정됐다"며 "병원의 평판도가 이렇게 상승한 데에는 전체 교직원의 노력과 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의료원의 평판을 송두리째 추락시킨 유 의료원장의 행동은 의료원 입장에서도 묵과해선 안 되는 행동"이라며 "유 의료원장은 이 교수와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즉시 의료원장에서 물러가라"고 강조했다.
의과대학 교수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 대학과 의료원을 향해 교수를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의료원의 풍토를 깨뜨릴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요구했다.

유 원장은 4~5년 전 병원 내 인사문제를 놓고 이 교수와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다 대화 말미에 이 교수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가 말이야? 나랑 한판 붙을래 너?"라는 욕설을 했고, 최근 해당 녹음파일이 보도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이 교수와 의료원 측은 수 년 동안 외상환자 진료 규모와 닥터헬기 운영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 교수는 "병원측이 외상환자 치료를 노골적으로 막고 있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고, 유 원장 등 의료원 측은 이 교수가 무리하게 헬기 이송을 늘려 병원 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왜 지금에야 이 파일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 등 몇 가지 데이터를 정리해 다음 주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 순항 훈련에 참가했던 이 교수는 지난 15일 경남 진해 군항을 통해 한 달 만에 귀국한 뒤 입항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정부는 외상센터 손익현황 용역을 통해 권역외상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인력과 병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오석균 기자 demo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