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하면 보약, 지나치면 독약
적당하면 보약, 지나치면 독약
  • 승인 200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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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미국의 하버드대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맛좋고 영양가 높은 술이 어떤 술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몸소 세계를 돌아다니며 조사 연구한 바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막걸리가 1위를 차지했다.
 막걸리는 곡식을 쪄서 누룩을 버무려 적당한 온도로 발효시켜 그대로 짜낸 곡주로서, 체중을 늘리려는 사람들은 식후 한잔씩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영양만점이다. 하지만 식사를 하면서 마시기엔 양이 너무 많다는 점과 마시고 나면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긴다는 약점 때문에 그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출출할 때나 등산을 하고 난 후 산밑에 있는 자그마한 오두막에서 큼지막한 사발 그릇에 양은주전자로 따라놓은 막걸리를 단숨에 들이키고 입술에 묻은 막걸리를 손으로 쓰~윽 훔치고는 새콤한 김치에 두부를 싸서 입안 가득 넣고 우물우물 씹어가며 자연과 함께하는 막걸리의 맛이란 세계1위의 토속주다운 맛과 멋일 것이다.
 격에 맞는 안주와 적당량의 술은 소화작용은 물론 혈액순환을 돕고 기분을 좋게 해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없어서는 안될 음식인 것이다.
 인류는 불안과 공포 고통을 술로서 해결하려고 노력하였고, 마음을 변화시켜 용기를 얻으려고 하거나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데 사용돼 왔다.
 그런데 해마다 특히 연말이면 뿌리깊은 관습중 하나인 송년회식에 세계 유일의 술잔 돌리기 관습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폭음의 고통속에서 건강을 해치고 있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2001년 한햇동안 출고된 술의 양은 3백10만㎘로 2홉들이 소주병으로 환산할 경우 85억병에 이른다. 신생아까지 통틀어 계산해도 1인당 200병, 음주인구만 따지면 280병에 이른다. 도저히 믿어지질 않는다. 이렇게 엽기적으로 술을 마셔대는 나라에서 간질환에 의한 사망률 세계1위의 불명예는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역사에 비춰 보면 술을 즐기며 풍류와 시로 한평생을 보낸 유명인들도 있다. 서양의 대표적 酒仙은 독일의 작곡가 브라암스다. 그는 세상을 하직하는 자리에서조차 마지막 술 한잔을 청한뒤 `아! 좋다. 이렇게 고마운 세상을 떠나다니""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취한 듯 눈을 감았다고 한다. 동양의 대표격인 이백은 그의 자견이라는 시에서 술 취한 세상의 고즈넉함을 보여준다. `술 마시는 사이 어느덧 날이 지고/옷자락에 어느덧 수북이 낙엽이 쌓였는데/취한 걸음 시냇물의 달 밟고/돌아갈 때 새도 사람도 없이 나 혼자로다"".
 이렇듯 술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주선들도 술을 즐기면서도 술에 대한 교훈을 남기는 명인들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여 볼만하다. 이토록 술은 마시는 방법에 따라 보약이 될 수도 독약이 될 수도 있다. 독약으로 변한 술은 사고력·기억력·판단력의 장애와 가정폭력으로 이어져 성범죄·교통사고와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담배는 이용 여하에 관계없이 백해 무익하여 금연운동이 한창 전개되고 있지만 금주운동이라는 말이 없는 것은 술은 적당히만 마시면 유익한 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술과 친구는 오래될 수록 좋다"" 나이 들어 정겹게 술 취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두 세명 정도 있다면 인생을 결코 헛되이 살아오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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