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신 확산 ·시민들 냉담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정치인들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시민들의 무관심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15일 오전 7시 30분쯤에 찾은 수원시 팔달구의 중동 사거리. 출근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시민들 사이에 주황색 점퍼를 입고 아침 인사에 나선 예비후보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 탓에 옷을 겹겹이 껴입은 예비후보는 매서운 바람이 불어도 꿋꿋하게 시민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예비후보를 흘깃 쳐다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지나갔다. 시민 반응이 냉담 하자 이 예비후보는 지나가는 차들로 시선을 돌렸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예비후보는 계획했던 것보다 20분 이른 시간에 피켓과 현수막 등을 정리하고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


그는 "지난달 예비후보등록을 마친 후 평일마다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를 돌며 아침 인사를 하고 있다"며 "시민들과 최대한 스킨십을 할 수 있도록 남들보다 먼저 행동에 나섰지만 반응은 냉담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4·15 총선이 9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자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얼어붙은 유권자 마음에 예비후보들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같은 날 출근 인사에 나선 다른 지역에 예비후보 역시 새벽부터 광교를 찾았지만,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진 못했다. 그는 "명함을 받는 시민들도 있지만 무시하고 가는 분도 있다"며 당시 쌀쌀한 분위기를 설명했다.

수원지역에 출마하는 또다른 후보 역시 "설날이 지나야 본격적인 선거 분위기가 조성될 것 같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거운동을 멈추지 않고 시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정치인을 응원해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는 이유로 선거운동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수원에 사는 이모(28)씨도 "지금 반갑게 인사하더라도 뒤돌아서면 본인들 이익만 추구할 것 같아 인사도 안 받아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지난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치에 대한 시민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에 대한 불신은 사실 근래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다만 지난 20대 국회는 4년 임기 동안 다툼이 너무 심해 국회가 마비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신뢰가 깨지면 쉽게 회복될 수 없기에 앞으로도 선거운동에 대한 시민 반응은 쌀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임태환·최인규 기자 imsens@incheonilbo.com